깜짝이야! 가 300회란다. 자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게 연예 프로그램이고 떴다 싶으면 구닥다리가 되는 게 토크쇼인데, 그 쫀득한 재미를 몇 년이나 이어온 건가? 잘 챙겨주고 잘 튀겨주는 유재석, 잘 들어주고 잘 웃어주는 김원희. 이 두 사람 앞에 앉으면 누구나 번쩍번쩍 빛나곤 했다. 그리하여 맞이한 300회 특집에는 과연 어떤 스타가 등장했을까? 이것도 참 ‘놀러와’다웠고 그래서 ‘놀라워’.
주인공은 한국 방송사를 주름잡아온 레전드급 MC들. 의 송해, 의 이상용, 의 이상벽. 셋이 합쳐 방송 경력 130년을 넘어서는 것도 놀랍지만, 그 각각이 당대를 호령하던 국민 프로그램 아니었나? 그들로 자리를 채우고 보니 300회의 도 아직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장수의 축하연에서 장수의 가르침을 얻는다? 어른들 모셔온 의도는 좋지만, 그래도 놀자는 프로그램인데 좋은 말씀 받아쓰기하는 분위기가 되면 어떡할까? 우려는 단번에 사라졌다. 과연 전설은 전설이라, 풀어놓는 말발이나 잡아채는 감각이 보통이 아니다. 특히 최연장인 송해는 쟁쟁한 전·현직 특급 MC들을 휘하에서 부리는 장수의 기개를 발휘했다.
송해는 원로 코미디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구봉서의 기억을 떠올린다. 구봉서가 얼굴이 긴 후배들을 혼내주는 코미디를 하다가 애드리브로 내뱉은 말. “얼굴을 꺾어버릴까?” 물리적 질감이 확 하고 와닿는 원초적 코미디다. 그런데 다음엔 지능적으로 돌려친다. “(너희들 긴 얼굴) 여기서 저 끝까지 가려면 두 번은 쉬어 가야 돼.”
얼마 전 에 지역 양봉업자가 온몸에 벌을 붙이고 출연했다가 그 벌이 남아서 다른 출연진들을 곤혹스럽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나야 내성이 강해서 그런지 재미있다고 깔깔댔는데, 여러 시청자가 불쾌감을 느꼈나 보다. 인터넷 기사의 댓글에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중에 눈에 쏙 들어오던 한마디가 기억난다. “너무 무서웠어요. 그래도 귀여운 송해 선생님 때문에 용서해줄래요.”
언제나 ‘허허!’ 하는 푸근한 이미지와는 달리, “건강의 비결은 술”이라며 두주불사의 추억을 늘어놓는 송해의 모습도 재미있다. 눈 왔을 때 남산에서 소주 박스를 썰매처럼 타고 명동까지 내려왔다는 이야기, 의 단골손님인 현철은 오프닝에 나오고도 바로 안 가고 늘상 호프집에서 기다린다는 이야기…. 여기에 이상벽이 끼어들어 현철은 서울 생활 오래 해도 사투리를 못 고쳐 “안녕하십니꺼? 헌철입니다”라고 한다고 해서 포복절도.
기억은 먼 옛날로 거슬러가다 갑자기 튀어버리기도 한다. 송해는 자기가 직접 6·25 전쟁의 휴전을 선포하는 전보를 날렸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신이 나서 ‘유재석’이라는 이름을 모스 신호로 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쯔따쯔 또또스또또 돈다라쯔 쯔쯔스돈….” 나는 그 전보 소리가 당대의 1인자에게 굴곡 없는 웃음의 비결을 알려주는 암호문이 아닌가 여겼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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