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인터넷을 통해 옷을 장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철이 지나 70~80%가량 할인하는 제품을 즐겨 노리는 편이다. 보통 지나치게 실험적인 디자인을 해서 판매가 부진한 것들인데, 남의 이목을 두려워하지 않는 터라 ‘꿩 먹고 알 먹고’라며 장바구니에 담는다. 문제는 세탁을 할 때인데, 열이면 아홉이 ‘꼭 드라이클리닝 해주세요’다. 너무 싼값에 옷을 산 터라 그 몇 배나 되는 세탁비를 써야 될 상황이 되니 이제는 드라이클리닝이라는 말만 들어도 깜짝 놀랄 지경이 되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여기 적힌 드라이클리닝이 의 드라이클리닝은 아니겠지?’
의 ‘드라이클리닝’ 덕분에 말장난이 부쩍 늘었다. 그 중독성 있는 ‘아니겠지’ 노래 때문이다. 이 코너는 잔소리 개그의 일인자 ‘왕비호’ 윤형빈을 주축으로 한 팀이 온갖 문제적 현장을 찾아 노래로 타박을 한다. 짝퉁 가방을 파는 주인이 “이거 진짜거든요. 내가 직접 이태리까지 가서 가져온 건데”라고 하면, “네가 지금 말한 이태리가 이태원은 아니겠지?”라며 비꼰다. 성형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여자에게는 “네가 말한 자연산이 광어회는 아니겠지?”라고 꼬집는다. 엄마 심부름으로 은행에 가야 한다는 아이돌 팬클럽에게는 “네가 말하는 그 은행이 는 아니겠지?”라며 일침. ‘시커먼스’ ‘나몰라 패밀리’ ‘고음불가’ 등으로 이어져온 음악 개그의 최신판인 것이다.
사실 이 코너 전체가 산뜻한 재미를 주지는 않는다. 미성년자 음주, 악플러, 아이돌 팬클럽 등 주로 청소년 문제를 대상으로 하는데, 기성의 시각을 그대로 가져온 설교조의 주장을 노래로 풀어놓은 데 불과한 경우가 많다. 게다가 음악 개그의 핵심인 노래가 거슬린다. ‘나몰라 패밀리’는 그 적절하기 그지없는 힙합 리듬 때문에 절로 어깨가 덩실거렸고, ‘고음불가’ 이수근의 못 부르는 창법도 기술적으로는 굉장히 매끄러웠다. 하지만 ‘드라이클리닝’은 윤형빈의 리듬앤드블루스(R&B)가 나오면 손발이 오그라들기 시작한다. 이종훈의 랩은 그럭저럭 들을 만은 하지만 웃기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그럼에도 단 하나, 김지호의 차례가 오면 귀를 쫑긋 세우게 된다.
최근에 방영된 ‘미성년자 음주’ 편은 그 백미다. 자신은 절대 미성년자에게 술을 안 팔았다고 발뺌하는 주인. “술 안 마셨어요. 둘이 그냥 차 마시러 왔어요.” 여기에 듬직한 외모로 등장해 굵직한 목소리로 받아치는 김지호. “둘이 마신다는 차가 차두리는 아니겠지?” 그러면서 “차미네이터”라며 술집 주인을 퉁 친다. “쟤들 대학생 CC예요.” “네가 지금 말한 CC가 (생맥주 잔을 들면서) 500cc 아니겠지?” 드디어 클라이맥스가 온다. “그래요. 이제 미성년자 입장불가 하면 되잖아요.” 바로 그때 “네가 지금 말한 불가가 (목소리 낮춰서) 고음불가 아니겠지?” 하면서 진짜 이수근이 고음불가 패션으로 등장. 당분간은 “아니겠지”가 입안에 맴돌아 떨쳐버리기 어려울 것 같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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