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빠르게 진화한다. 엔터테인먼트와 만나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진다. 영화관에 3D 시대가 왔다고 해서 가볼까 했더니, 곧바로 4D를 운운한다. 스마트폰은 3세대로 뻐길 만하다 싶었더니, 4세대가 나온다고 덤핑 처분이란다. 시트콤 캐릭터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정도는 되어야 대접받는다. 그러나 나는 지금 놀라운 2차원에 감동받는다. 개그 웹툰들이 줄줄이 비엔나로 스크롤을 이어갈 때, 단 두 칸으로 모든 걸 결정짓는다. 마인드 C의 는 스타트와 끝, 이 두 단계로 대만족이다.
첫 번째 칸. 아버지가 아들을 데리고 안경점에 간다. “남자답게 처음 써본 걸로 한 방에 딱 사는 거야.” 두 번째 칸. 아들은 시력 검사용 안경을 쓰고 집구석에 우울하게 앉아 있다. 첫 번째 칸. 남녀가 여관에 나란히 누워 있다. “자기야, 이 선 넘어오면 안 돼.” 두 번째 칸. 만화가가 두 남녀 사이의 선을 접어 하나로 붙이고 있다. 어쩌면 이게 개그의 본질이 아닐까. 구구절절한 내러티브가 필요 없다.
그렇다고 비슷한 패턴으로 치고 빠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어떨 땐 화들짝이고, 어떨 땐 꽈당이고, 어떨 땐 피식이다. 두 칸이라는 형식으로 웬만한 개그 만화의 스타일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작가의 기량이 놀랍다. 전형적인 기승전결의 스타일을 압축하면서 독자의 적극적 상상력을 요구하고, 그래서 우리가 그 개그의 포인트를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이 더 커지는 거다.
이렇게 시작하자마자 끝으로 떨어지니, 반전의 매력이 극대화되는 특징도 있다. 한 에피소드에서는 지리멸렬한 인생을 살아가는 듯한 남자가 등장해 난초에 붙은 민달팽이를 보고 한탄한다. “너도 집 한 칸 없는 신세구나.” 다음 칸에서는 경악으로 바뀐다. “너, 거머리였냐?” 거기에 작은 글씨로 ‘서민의 피를 빠는…’이라고 덧붙인 맛깔나는 양념까지. 다른 에피소드에서 한 여자가 자신과 꼭 닮은 쌍둥이 자매의 사진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우리를 한번에 알아봐.” 알고 보니 자매가 얼굴이 3배쯤 큰 삼등신이라 못 알아볼 수가 없다.
현재 인터넷 연재 300회를 가볍게 돌파했는데, 이런 장기 연재는 비슷한 패턴이 노출될 위험도 있다. 그런데 만화가는 오히려 과거의 에피소드에 나온 설정을 변화시키며 독자와 새로운 게임을 한다. 특히 고정 출연자로 나오는 ‘2차원 해결사 딩동’의 인기가 높다. 작가가 키우는 강아지가 모델인 까만 푸들. 그런데 이 강아지에게 고민을 물어보러 오는 인간들의 수준도 그렇고, 해결책이라고 내놓는 것도 딱 그 수준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나름 해결되는 게 더 웃기다.
어느 날은 자신의 존재감이 없어서 고민하는 남자가 찾아오는데, 이 강아지 화들짝 놀란다. “아우 시바 깜짝이야. 이 시키 언제 들어온 겨?” 딩동은 나름 마법의 조약돌을 전해주며 대충 해결해주는데, 결국 아무 소용 없을 것 같다. 남자가 인사하며 나가는데 현관 등의 센서까지 작동하지 않는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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