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알바생의 최후’
“당신에게도 토템이 있습니까?” 영화 속의 ‘토템’은 디캐프리오가 돌리는 팽이처럼 자기가 꿈꾸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작은 소지품을 말한다. 내게도 토템이 있다. 날씨는 구웠다가 쪘다가 사람을 잡고, 하는 일은 뒤엉켜 헛짓의 연속이고, 믿었던 친구들은 ‘악마를 보았다’가 되어버릴 때, 나는 휴대전화를 열어 토템을 꺼내본다. 혹여 사랑하는 가족의 사진이라 오해는 말라. 토템은 보기만 해도 픽 하고 웃어버릴 수밖에 없는 사진 한 장. ‘여름 알바생의 최후’라는 제목의 사진 속에 있는 개구리다.
사진의 현장은 한여름 뙤약볕의 야외 행사장, 일본인 듯하다. 전신 개구리 분장을 한 인형이 더위를 못 이겨 쓰러져 있고, 벌로 보이는 동료 캐릭터 분장 인형들이 걱정스럽게 모여 그 모습을 보고 있다. 이어지는 사진은 응급 침대에 실려나가는 개구리의 모습을 가까이 보여준다.
“으하하, 웃으면 안 되는데 저 손이, 손이 너무 리얼해요.” “정말 웃으면 안 되는데 어릴 때 시골길 개구리가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크크.” 댓글의 반응은 이런 식이다. 냉정하게 보자면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여름날 땀 한 방울 빠져나오지 않는 두꺼운 인형옷을 입고 일하다 탈진한 모습이라니. 정말 몸이 크게 상하지 않았을까 싶은 위급 상황이다. 그런데도 나는 피식피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왜 이러지? 나 이렇게 나쁜 놈이었나?
개구리의 디테일이 문제다. “힘없이 돌아간 팔이나 벌린 입이 굉장히 ‘리얼’하다. 설정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개구리라는 캐릭터와 쓰러진 모습이 딱 맞아떨어진다. 거기에 어떤 네티즌이 지적한다. “인형옷을 벗기지도 않은 채 후송하는 주최 측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지네요.” 한편으로는 비꼬는 말 같기도 한데, 어쩌면 저 현장을 보고 있을 어린이들의 동심을 깨지 않으려는 배려인가 싶기도 하다. 아이들이 “앗, 개구리 안에 사람이 들어 있어. 우릴 속였어”라고 말하며 울면 곤란할 테니. “그래도 그렇지. 열사병일 텐데 빨리 옷을 벗겨서 열을 내려야지.” “아니야. 벗겼는데 속옷도 안 입고 있으면 어떻게 해? 더워서 이미 다 벗고 들어갔을지도.” 어떤 이는 한술 더 떠 상황을 추리극으로 몰아간다. “근데 이상해. 개구리가 꿀벌을 잡아먹을 텐데 옆에서 걱정해주는 게 말이 되나?” “그래. 벌침에 쏘인 거야. 범인은 이 안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착한 사람들은 있다. “난 도저히 웃지 못하겠더라. 알바생에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 심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쓰러진 개구리를 보고 웃는 이유는 오히려 알바생에 감정이입이 되어서일지도 모른다. 청년실업, 청년실망, 나아가 청년실신의 시대. 돈 몇 푼에 쓰러진 개구리 신세가 남의 일 같지 않다. 그러나 그 모습을 보고 웃어주지 않으면, 더 비참해지잖아. 차라리 깔깔 웃어줘, 그러면 그냥 여름날의 추억이 될지도 모르잖아.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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