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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감독의 수다 추격전

<놀러와>에 나온 장항준과 장규성
등록 2010-06-30 12:56 수정 2020-05-02 19:26
〈놀러와〉에 나온 장항준.

〈놀러와〉에 나온 장항준.

쫓고 쫓기는 추격전으로 배꼽을 잡게 하는 , 그 ‘감독판’이 방영되었다. 원판에는 없던 제리의 노출 장면이라도 들어간 걸까? 아니면 매번 당하던 톰이 이번엔 제리에게 복수를 하는 뒤바뀐 결말일까? 아니다. 고양이도 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냥 톰과 제리 같은 영화감독 커플이 있을 뿐이다. 에 등장한 장항준과 장규성이 그 주인공이다.

장항준은 이미 여러 프로그램에서 개성 있는 언변으로 짭짤한 웃음을 줬다. ‘영화는 수다다’ 코너가 대표적인데, 김태훈과 콤비로 온갖 감독들의 흉을 잡는다. 의 김상진의 역대 작품을 소개하는데, “. 투캅스 시리즈를 없앤 바로 그 입니다.” 그러자 김상진이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말한다. “시리즈를 망쳐버렸다?” 그랬더니 대뜸 하는 말. “시리즈를 죽여버렸죠.”

매사가 이런 식이다. 특유의 깐죽대는 말투로 동료 감독과 배우들의 치부를 드러내지만, 장난기 어린 귀여운 얼굴 때문인지 미움을 받지 않는다. 심지어 ‘귀엽다’는 것은 자기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에서도 이런 식으로 무대를 휘어잡았는데, 그의 원맨쇼는 아니었다. 맞상대 장규성이 그의 깐죽을 당해주는 역할을 해주었기에 박수가 짝짝 울려퍼진 게다.

감독 특집으로 에 찾아온 손님들. 어찌하다 보니 토크쇼 초대 손님으로서는 보기 어려운 ‘노 매니저 대중교통파’들이었는데, 그런 때문인지 가난하고 볼품없는 영화감독 신세를 한탄하는 자학 개그가 난무했다. 특히 장항준이 한때 코스닥 열풍으로 대박의 꿈에 젖었을 때의 사연이 압권. 그는 이 기회를 공유하기 위해 가장 친하고도 고생하고 있던 장규성에게 전화를 했는데, 그때의 멘트를 변사 톤으로 날린다. “어 나야.” “웬일이야?” “가난이 싫지 않나?” 그러고선 장규성의 반응을 전하는데, “처음에는 웃는 줄 알았어요. 해, 해, 해, 해.” 알고 보니 뭘 하겠다는 이야기를 다급하게 해서 ‘헤헤헤헤’ 웃는 소리로 들렸던 것이다.

한편 장규성은 “영화감독이 너무 없어 보이면 안 된다. 그러면 후배들이 영화를 안 하려고 하지 않겠냐”고 진지한 입장을 취하는데, 이게 장항준에게 멍석을 깔아주는 일이다. 장항준은 “자기도 폼은 안 나는데, 맨 처음에 산 까만색 차에 불법 개조까지 했다”고 깐죽 공격을 펼친다. 부끄러워하며 ‘아휴, 뭐 저런 것까지 말하냐’는 표정을 짓는 장규성. 그러고선 “그게 아니라~”로 나름의 항변을 시작하는데, 이때 누구보다 먼저 웃으며 말을 이어주는 유재석. 역시 ‘1인자’의 총기가 빛나는 장면이었다. 바로 그 항변이 이 상황을 더 큰 웃음으로 만들 것임을 아는 게다.

어쨌거나 정말 재미있는 톰과 제리 감독 커플이다. 그들이 계속 좋은 영화를 만들고, 그 때문에 가끔씩 TV에서 나와 툭탁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명석 저술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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