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트 에가르트너 지음, 수북(02-760-1252) 펴냄, 1만5천원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질병을 귀신과 연결해 해석했다. ‘처용 신화’가 대표적이다. 역신(疫神·천연두 귀신)에게 아내를 빼앗긴 처용이 춤과 노래로 역신을 감복시킨다. 이제 역신은 처용만 보면 피해 도망다니게 됐다. 결국 우리네 조상은 아이들이 천연두에 걸리면 처용 그림을 대문 앞에 내걸고 병이 낫길 바라곤 했다.
반면 요즘 현대인들은 질병을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연결해 해석한다. 병원을 찾아 예방접종을 하고 항생제를 투여받는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경우 이들을 제압하기 위해서다. 열을 낮추기 위한 해열제도 자주 동원된다. 확실히 귀신과 연관지어 생각하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은 어떨까? ‘그래, 요즘 아이들은 얼마나 건강한가?’ 유감스럽게도 아이들의 체력은 갈수록 떨어져간다. 허약 체질은 물론이거니와 알레르기나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한 집 걸러 한 집마다 있을 정도다.
과학이 미신을 밀어낸 시대,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은 요즘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 자연스레 병균과 접촉해가며 스스로 면역체계를 강화해나갈 기회를 박탈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열은 병균을 약화시키고 면역체계를 단련하는 ‘이상적인 작업 환경’에 좋은 면이 있지만, 현대의학에서는 체온이 38도 이상 오르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아이들만 그런 게 아니다. 현대인 대다수는 질병을 척결 대상으로 삼아 ‘과잉 대응’을 일삼고 있다. 물론 그 배경에는 건강 불안을 조장해 천문학적 이익을 도모하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결국 질병을 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질병이란 생물학적 패배가 아니라 다시 평형을 이루려는 육체의 시도이다. 따라서 어린 시절의 감염은 정신과 육체를 조화롭게 하나로 만들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태혜숙 지음, 이후(02-3141-9640) 펴냄, 2만8천원
태혜숙은 이제 일상이 된 미국 문화를 경계지어 읽지 말 것을 제안한다. 내부·외부, 주체·타자의 경계를 의문시하면서 미국 문화를 읽을 때 우리의 내면과 현실을 구성하는 강력한 기제로 미국 문화를 성찰하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른바 역동적이고 주체적인 문화정치학이다. 1부 ‘역사’, 2부 ‘문학’, 3부 ‘영화’, 4부 ‘대중문화’로 나눠서 미국에 접근한다.
박호성 지음, 효형출판(031-955-7607) 펴냄, 2만5천원
“세계화로 인해 힘센 ‘거인’만이 살아남게 된 ‘정글 자본주의’ 속에서 우리같이 힘없는 사회적 ‘조무래기’들은 어디로 발길을 돌려야 하는가.” 박호성은 그 해답을 공동체에서 찾는다. 1부 ‘삶의 공동체’는 로버트 오웬의 공동체적 구상과 기독교 공동체의 역사적 특성, 유학 중심 동양 사회의 공동체 정신을 살핀다. 2부 ‘공동체적 삶’은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이론적·현실적으로 점검하면서 ‘인연 공동체론’을 제시한다.
슬라보예 지젝 지음, 박정수 옮김, 그린비(02-702-2717) 펴냄, 3만5천원
슬라보예 지젝이 ‘차이’ ‘미시적 담론’ 등 포스트모더니즘의 부드러운 사유를 비판하며 ‘대의’를 옹호한다. 대의는 자유·평등·박애와 평화 같은 가치들이다. 이 단어들은 과거 실패한 혁명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더러운 물에 아이를 버리듯이 던져졌다. 프랑스혁명의 로베스피에르와 자코뱅, 스탈린 치하의 소비에트, 나치 파시즘을 옹호한 하이데거 등 위대한 실패의 역사를 재고찰한다.
장석주 지음, 나무이야기(02-337-7253) 펴냄, 4만8천원
이광수로부터 배수아까지 한국 문학 100년의 111명을 기록했다. 1056쪽의 책은 10년 단위로 8개 장으로 나뉘어 있다. 이상 편의 첫 구절은 구레나룻에 봉두난발의 2인이 걸어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일제시대 돌출한 모던 보이의 소개로는 인상적인 장면이다. 이태준의 발탁으로 에 연재하지만 항의가 빗발쳐 반을 채운 15회에 중단한다, 등 작가의 일대기를 문학비평적으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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