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은 어디에나 있다. 클럽에서도 예외가 없다.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놓지 않거나, 취소 버튼과 예약 버튼을 계속 헷갈려 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클럽 진상’에는 세 부류가 있다. ‘둥글게 둥글게형’ ‘들이델라·들이델리우스형’ ‘안방형’.
‘둥글게 둥글게형’은 클럽에서 일행끼리 둥글게 원을 그려 노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예상을 벗어나지 않고 이들은 원 안에 일행을 한 명씩 몰아넣고 춤을 추라 한다. 그런 장면을 볼 때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클럽에서는 대부분 음악을 트는 DJ 쪽을 바라보며 춤을 춘다. 주말에 클럽은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비기도 한다. 한데 그 사이에 둥글게 모여 박수쳐가며 일행에게 춤을 강요하는 장면이란…. 대체로 직장 회식 뒤풀이로 클럽을 선택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은데, 직장 상사의 등쌀에 못 이겨 춤을 추는 갑갑한 마음이 전해져온다. 나이트클럽 스테이지에서 한 스텝 했다는 그분들에게는 ‘클럽에서 노는 법’을 강의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사실 회사에서 ‘클럽에서 춤추고 노는 날라리’로 알려진 뒤로는 심심치 않게 “언제 한번 다 같이 클럽을 가자”는 이야기를 건네는 이들이 있다. 진심을 담아 “반사∼”하고 싶은 마음이다.
시도 때도 없이 아무에게나 들이대는 ‘들이델라·들이델리우스형’은 지나치게 자신감이 충만한 외국인 가운데 많다. 한국 어디서나 환영받는 ‘외국인님’, 클럽에서도 예외 없다고 여기는 거다. 지난 7월의 일이다. 여느 때처럼 춤추고 있는데, 들이대는 백인 남성이 감지됐다. 워낙 붐벼 몸끼리 부대끼는 거야 어쩔 수 없다 치지만, 그는 모르는 척 내 어깨에 손을 슬쩍 얹었다. 그때부터다. 나는 그때부터 흐느적거리는 춤을 포기하고 토끼춤과 디스코를 춘다. 춤추는 척하면서 찌르거나 발차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들이델리우스 퇴치법이랄까. 효과는 만점이다.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푹푹 찌르고, 발도 좀 밟아주다 보면 미안한 마음이 살짝 들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들이델리우스들은 ‘이거 뭐야?’라는 표정으로 멀리 달아난다. 들이델리우스 때문에 춤을 추다가 그냥 나와버리기에는 돈도 시간도 아깝다.
마지막으로 ‘안방형’. 클럽은 좀 어둡지만 그 어둠에 적응되고 나면 웬만한 건 다 보인다. 그러나 ‘안방형’들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지 클럽을 안방처럼 여긴다. 클럽을 편하게 생각하는 것까지는 좋다. 그래도 제 집 안방은 아니지 않은가. 키스야 요즘엔 한낮에 길거리에서 해도 나무라는 사람 별로 없다. 클럽이 그런 면에서 좀더 개방적이어서 애정 표현을 하는 데 자유로운 것이야 사실이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장면을 목격할 때가 종종 있다. 사람마다 오는 목적이 따로 있겠지만, 클럽은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이 웃고 마시고 춤추려고 오는 곳이다. 안방에서 해결할 일은 안방에서! 부탁하는 바이다.
이정연 기자 한겨레 경제부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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