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의 발소리‘심야생태보고서’ 코너를 만든 취지는 말 그대로 기자들의 밤 생활을 독자에게 살짝 엿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이순혁 기자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들로 시작해 음주와 가무 편을 지나 각 기자들의 달콤쌉싸래한 야식의 추억으로 이어진 이 코너는 꽤 인기를 끌었다. 반면 음주에 대해 ...2010-03-19 10:58
떠난 여친, 남은 ‘뽀그리’ 좀 별꼴이다. 방금 칼국수를 저녁 식사로 두둑이 먹고 와 심야생태보고서를 쓰겠다며 인터넷에서 한 사진과 글을 보는데 군침을 흘려버렸다. 그러면서 나는 확신했다. 사진 속 음식이 언급되지 않고서 반도의 심야생태 지도는 완성되기 어렵다. 이 음식을 소개할 땐 꼭 이렇게 ...2010-03-12 11:14
산촌 소년의 주린 배 채워주던…시인 고은은 어디선가 “배가 불러야 시도 나온다”고 했다. 쿵 하는 천둥소리처럼, 이 얼마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통찰인가? 고은의 그 어떤 향기로운 시보다도 깊은, ‘한마디의 번뜩이는 시’라고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나는 늘 배가 고팠다. 굶은 적...2010-02-25 11:45
겸손한 안주, 두부 지난호 심야생태보고서 ‘미스터 2200원’은 침을 꼴딱꼴딱 삼키면서 읽었다. 어릴 적 막걸리 심부름을 다니면서 몰래 홀짝거렸던 정인환 기자는 “노란빛이 곱게 바랜 주전자와 함께 논두렁 밭두렁을 걸어본 사람은 안다”고 썼다. 나, 안다. 내게도 첫 술은 막걸리였다.막걸...2010-02-03 14:55
미스터 2200원 “2200원입니다.”오늘도 어김없다. 검정 비닐봉투에 물건을 담아내며, 슈퍼 아저씨가 사람 좋게 웃는다. 바지 오른쪽 주머니에서 지폐 2장, 동전 2개를 꺼내 카운터에 내려놓고 봉투를 건네받는다. “안녕히 가세요”란 인사말이 “낼 또 봐요”로 들린다. 월·화·수 주초...2010-01-27 15:58
계급 차별하는 안주 통닭 몇 해 만이었을까. 서울 명동의 ‘섬’을 찾았다. 한동안 떠다니는 섬처럼 살았다. 물이 차면 한 개의 섬이 내 곁에 있었고, 잠을 깨면 그 섬은 또다시 환상 속으로 사라졌다.거의 10년 만에 낡은 미닫이문을 열고 섬에 도착했다. 저마다 기억하는 전설은 달랐지만, 모든...2010-01-20 16:29
불안을 잠식하는 과자 대학 시절 하숙 생활을 2년쯤 했다. 두 사람이 한방을 쓰면 위계가 생긴다. ‘방장’이 있고, ‘방졸’이 있다. 나는 항상 방졸이었다. 이상하게도 방장은 늘 고시준비생이었다. 첫 방장은 사법고시생. 그는 밥 먹을 때마다 후루룩 쩝쩝 음냐음냐 소리를 냈다. 더러워 미치...2010-01-15 15:57
바다의 친구 한때는 넉넉한 바다를 익명으로 떠돌 적에 아직 그것은 등이 푸른 자유였다. 벌써 십수 년 전이 된 공지영의 뒤표지 문구다. 고등어뿐이랴. 여기 한 마리 오징어가 있다. 한때 넉넉한 바다를 익명으로 떠돌 적에 아직 그것은 열 가닥 자유였다. 고등어 양식이 없듯이 오징...2010-01-07 11:38
내 소주잔 최고의 파트너 ‘굴전’한밤에 소주 생각이 날 때면 냉장실과 냉동실 문을 번갈아 열어 적당한 안줏거리를 찾는다. 냉장고마저 허기를 느낄 때는 요리를 하기보다 라면을 끓이거나 냉동 만두를 튀기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삼간다. 살찐다. 평소 실험정신이 투철하다 보니 별의별 것을 다 만들어봤다. 당근...2009-12-30 11:38
라면 다이어트 지난해 이맘때쯤 난 ‘라면 다이어트’를 했다. 두 달 동안 하루 세끼를 라면으로 때웠다. 당시 내 몸무게는 75kg 정도였다.“다이어트는 운동을 하면서 해야 한다.” 주위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깍지다. 다이어트는 안 먹어야 한다. 인풋이 ...2009-12-08 16:26
야근의 원동력, 초코바식탐(食貪), 언제나 이게 문제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오면 늘 음식량이 적다고 생각한다. 먹기 전엔 “비싼데 음식량이 적다”며 투덜대고, 먹고 나선 “보는 것과 달리 많네” 하며 남은 음식을 아까워한다. 여러 사람과 식사할 땐 전략적으로 밥을 먹는다. 내 몫은 온전히 ...2009-11-27 10:38
내 인생 가장 쓰라린 닭볶음탕 공자는 음식을 먹을 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食不語) 음식 맛을 제대로 알고 먹은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나는(아마 다른 많은 이들도) 누구와 먹느냐, 무슨 얘기를 나누느냐도 음식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누군가를 위해 손수 음식을 만들 땐 상...2009-11-18 15:58
허기진 ‘마감 좀비’들의 순례 눈이 벌겋다. 나무젓가락으로 허연 오징어회를 집어 눈처럼 뻘건 초장에 푹 찍는다. 새벽 3시. 내가 오징어회를 먹는 건지, 오징어회가 나를 먹는 건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다면 원샷이다. 푸른 소주병이 쌓여간다.아름다운 나의 20대는 이런 풍경으로 마무리됐다. 에 ...2009-11-11 11:50
간짬뽕으로 집들이를 지난 10월26일 저녁 기자 몇몇이 서울 독립문 인근 우리 집을 찾았다. 결혼에 이사까지 했겠다, 겸사겸사 집 구경을 온 것이다. 그 다음 풍경은 안 봐도 비디오. 왁자지껄 웃고, 먹고, 마시고, 떠들고, 게임하고….그런 분위기가 한참 달아오른 새벽 1시께, 새 신...2009-11-05 13:36
춤 영화와 나의 꿈몸과 마음의 에너지가 99% 정도 떨어질 때쯤, 우울 모드로 딱 진입하기 직전, 나를 웃음짓게 만들 달달한 초콜릿 같은 것은 다름 아닌 ‘춤 영화’ 보기였다. 줄거리나 주인공은 전혀 상관없다. 어떤 혹평을 얻은 영화라도, 난 그 안에 춤을 추는 장면이 많기만 하면 됐다...2009-10-22 17: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