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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스의 옷 입은 ‘녹색 뉴딜’ 벗기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5월호… 다시 울리는 혁명의 기운과 <르몽드> 대기자의 MB정부 진단
등록 2009-05-05 10:54 수정 2020-05-03 04:25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5월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5월호

세계 곳곳에서, ‘녹색’이 고생이 많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 각국 정부가 앞다퉈 ‘녹색 뉴딜’을 내걸고 있다. 자연의 물줄기를 거스르며, 산천과 계곡을 파헤쳐 인공의 물길을 만들어내는 것도 ‘녹색’으로 둔갑하는 상황이다. ‘케인스주의’의 탈을 쓴 ‘토건형 신자유주의’에 불과하다. 경제학자 피터 커스터스는 (이하 ) 한국판 5월호 머리기사에서 “진정한 녹색 뉴딜은 신자유주의를 극복해야 나올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이전과의 단절, 옛 관습과 제도를 단번에 깨뜨리고 질적으로 새로워지는 것을 ‘혁명’이라 부른다. 5월호는 새삼 ‘혁명은 왜 일어나는가’를 물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함께 현실 사회주의도 막을 내렸다. 승리에 취한 이들은 ‘역사의 종언’을 입에 올렸다. ‘역사’와 함께 ‘혁명’도 종언을 고하는 것으로 보였다. 아니었다. 느닷없이 찾아온 경제위기와 함께 ‘자본주의 정신’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꼭 20년 만에 지구촌 구석구석에서 ‘혁명’의 기운이 감지되는 이유다.

“수차례의 작은 지진이 대규모 강진을 예고하는 것처럼 2008년 세계 곳곳에서 촉발된 저항운동은 현 경제 혼란의 전조였다. 각국 사회를 흔들어놓은 사회적·민족적·언어적 갈등은 나라별로 상이한 형태를 취한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는 수차례에 걸쳐 경기 후퇴를 겪었다. 그러나 1~2년의 후퇴기만 지나면 경제는 다시 성장세를 회복했다. 현 상황은 과거와 다른 것 같다. 과연 언제 경기가 회복될 것인가, 설령 경기가 회복된다 해도 생활 조건이 개선될 만큼 충분히 유의미한 수준으로 경기가 회복될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평화안보 전문가인 마이클 클레어 미 햄프셔대 교수의 지적처럼 “지속적인 경제 후퇴, 사회적 균열의 악화, 제도권에 대한 불신의 확대”는 혁명이라는 ‘시한폭탄의 고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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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진행형 제국주의 비판

특집으로 묶은 ‘제국의 잔재들’은 식민주의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엿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1956년 프랑스에서 독립한 모로코는 여전히 ‘식민모국’을 위한 희생으로 내몰리고 있다. 유럽계 자본이 토지를 사들여 만든 대규모 농장에서 농업 노동자가 된 모로코인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 유럽에 납품할 토마토와 오렌지 따위를 재배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 농장으로 인해 모로코 사회가 치러야 하는 사회·생태적 비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친구’로 통하는 볼로레 그룹의 최고 경영자 뱅상 볼로레가 아프리카 각국에서 벌이는 이전투구의 현장을 고발한 기사는 옛 식민지의 서글픈 오늘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여전히 프랑스령으로 묶인 카리브해 연안의 과들루프에선 총파업의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임금을 비롯한 노동조건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분연히 일어선 과들루프 노동자들의 투쟁은 ‘탈식민’의 내일을 예감케 한다.

필리프 퐁스 도쿄 특파원이 쓴 ‘혼돈에 빠진 이명박 정부’란 제목의 기사에도 눈길을 줄 만하다. 노무현 정부를 ‘사회민주주의 정권’으로, 이명박 정부를 ‘중도 우파’쯤으로 분류하는 ‘도식’은 분명 낯설다. 하지만 “우파 지지자를 비롯해, 노무현 정권에 실망한 유권자들, 그리고 원칙 없는 재분배 정책보다는 성장 가속화가 자신들에게 이로울 것으로 기대한 노동계 일부의 지지”가 이명박 정부의 탄생 배경이란 분석은 적절해 보인다. 현 한국 상황을 “이명박 정부의 우경화 노선이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수렁에 빠져 있다”고 진단한 퐁스 특파원은 한국 정치의 특징인 ‘순발력 강한 직접민주주의’에서 그 해법을 구했다. ‘촛불 1년’을 맞은 오늘 곱씹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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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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