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다산책방 펴냄, 9800원
어느 날 아빠가 사라졌다. 조지나와 동생 토비, 그리고 엄마는 그 이유를 곱씹을 여유가 없다. 당장 하루하루를 어떻게 연명할지가 문제다. 잠은 낡아빠진 고물차에서 자고, 기름기로 떡진 머리는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물을 묻혀 넘기고, 속옷은 월그린 할인매장 화장실에서 빤다. 엄마는 피곤에 찌든 얼굴로 집을 얻을 돈을 마련하려 하루 종일 일한다. 조지나의 몰골은 점점 더러워지고 친한 친구 루앤과도 멀어진다. 돈을 모아야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조지나는 개를 훔치기로 한다. 주인한테 개를 찾아주고 사례금을 받으려는 속셈이다.
은 열한 살 난 소녀 조지나의 시선으로 이 ‘재앙’에 가까운 상황을 발랄하게 그린다. 조지나는 슬픔에 겨워 내면으로 침잠하지 않는다. “엄마면 자식들을 돌봐야 하는 거잖아. 자기 애들을 소름 끼치는 낡은 집에서 재우고 맥도날드 화장실에서 씻기는 게 엄마야?” 하며 무기력해 보이는 엄마한테 당돌하게 짜증을 부리기도 하고, 개를 훔치려고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한편, 주인한테 몹쓸 짓을 하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갈등한다. 작가는 통통 튀는 조지나를 앞세워 얼마든지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상황을 희망으로 바꿔내며 짤막하지만 완결성을 갖춘 성장소설을 능숙하게 짜낸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생생한 캐릭터를 지녔다. 조지나의 엄마는 모든 간난신고를 속으로 감내하고 아이들 앞에서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만 보이는 강철 여인이 결코 아니다.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 거침없이 욕도 하고, 세탁소에서 잘린 날은 힘없이 무너지는 ‘약한 모습’도 꾸밈없이 내보여 조지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아무래도 내가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져야 할 것 같아. 펑! 이렇게. 그러면 얼마나 좋을까? 그치?” 하지만 안간힘으로 결국 가족에게 작지만 새하얀 보금자리를 만들어주는 데 성공하는 엄마는 독자에게 강한 생명력을 전달한다. 손가락은 3개뿐이지만 생각은 온전한 무키 아저씨, 천진난만한 동생 토비도 양념을 더한다.
조지나는 마음씨 착하고 가난한 카멜라 아줌마의 개를 훔치는 소동 끝에 “살면서 뒤에 남겨놓은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비좁은 차 뒷좌석에서 웅크리다 다시 발 뻗고 잘 수 있는 깨끗한 침대를 갖게 되면서 일상의 소중함도 깨닫는다. “앞으로 펼쳐질 내 인생만큼이나 상쾌하고도 풋풋했다. 살면서 다시는 잃어버리고 싶지 않은 그런 향기였다.”
지난 10월 출간된 책은 인지도가 높지 않은 작가의 소품 같은 성장소설임에도 잔잔한 호응을 얻으며 지금까지 4만1천 부가 팔렸다. 지은이 바바라 오코너는 미국의 청소년소설 작가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됐다. 책을 낸 다산책방 서선행 홍보팀장은 “출간 초기에 책을 좋아할 만한 10대와 20대 회원이 많은 온라인 카페나 블로그에 서평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발랄한 표지 이미지와 제목을 최대한 많이 노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그 다음부터는 연말 분위기에 맞는 가족소설로 입소문을 타며 좋은 반응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김일주 기자 한겨레 책·지성팀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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