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공지영 지음, 오픈하우스 펴냄, 1만2천원
“사랑하는 딸, 가끔 여성지를 펼쳐들고 있으면 온몸이 오싹해질 때가 있어. 온갖 성형외과 광고와 다이어트 광고들. 그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잘라라, 붙여라, 꿰매라, 빼라…. 결국, 지금 너는 추하다!”
여성 독자들을 겨냥해 그동안 쏟아져나왔던 자기계발서들도 실은 성형외과 광고와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추한 당신을 이렇게 뜯어고쳐 완벽한 여성이 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음을 상기해본다면 말이다. 소설가 공지영씨의 산문집 는 제목부터 이런 ‘얄팍한’ 자기계발서들에 지친 독자들을 어루만진다.
책을 펴낸 출판사 오픈하우스의 윤효순 팀장은 “한창 힘든 시기에 아무도 해주지 않은 말을 해줘서 제목을 보고 책을 샀다는 독자가 많다”며 “조급한 마음에 자기계발서를 사서 읽었지만 실천하기 힘든 당위적인 내용만 듣는 데 지쳐 있던 독자들이 엄마가 딸에게 건네주는 편지 형식의 충고를 보고 마음 편하게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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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지난 3월 출간된 뒤 베스트셀러 순위 1·2위를 다투며 두 달 새 10만 부 넘게 팔렸다. 2007년 겨울에 발표한 공씨의 소설 (푸른숲 펴냄)도 2008년 상반기 내내 상위권을 지켰다. 산문집과 소설은 모두 작가의 첫째딸 ‘위녕’이라는 이름으로 묶인다. 은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의 화자로 등장했던 딸이 고3이던 시절, 작가가 화요일마다 딸에게 건넸던 편지를 바탕으로 삼았다.
‘위녕’에게 보내는 편지 24통에서 작가는 머리맡에 두고 읽으면서 “어떤 구절에서 인생이 방향을 바꾸는 소리를 듣곤” 했던 책을 소개하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충고를 보탰다. 작가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은 뒤 토라진 딸을 보며 “시험이 문제가 아니라, 그 결과가 나올 무렵, 네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네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봐 사실은 그것이 더 걱정이었”다고 얘기한다. 어느 날 누군가에게 오해와 공격을 당하고 온 딸에게 “네 자신에게 상처 입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네 자신뿐”이며 “네가 자신에게 선의와 긍지를 가지고 있다면 궁극적으로 너를 아프게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공지영씨. 한겨레 탁기형 기자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에, 작가는 허물없이 자신의 힘들었던 시간을 털어놓는다. “유명 작가라고 하면 왠지 무게 잡고 잘난 척할 것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공지영씨 책을 읽다가 웃음이 터져나왔다. 너무나 평범한 이웃집 아줌마 같은 친근한 모습에, 말괄량이 아가씨 같은 모습까지 떠올랐다.” ‘nike33’이라는 아이디로 인터넷에 서평을 올린 독자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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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에 이어지는 딸의 답장은 책을 읽은 모든 독자들이 작가에게 보내는 답장이 될 듯하다. “사랑이 나에게 상처 입히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넓은 사막에 혼자 버려진 것처럼 방황하겠습니다. 넘치도록 가득한 내 젊음과 자유를 실패하는 데 투자하겠습니다.” 여기에 작가는 화답한다. “보이지 않아도 널 응원하고 있단다.”
김일주 기자 한겨레 책·지성팀 pear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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