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나타 고 만화, 천강원 옮김, 애니북스(031-955-8893) 펴냄, 8천원
A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B로 끝나고, 중요한 문제는 꼬리를 감추는, 부제 그대로 ‘본격 수습 불가 만화’다. “사람은 억지로 살아지는 게 아냐 살아 있는 거다!” 고난 극복 장르 만화에 나올 듯한 대사를 비장하게 읊다가 계란 노른자에 관한 고민으로 옮아가는 미스터리 구성의 실체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의 머릿속이다. 한 남자는 여자에게 “결혼해주세요, 라고 프러포즈해줄래”라고 말하고, 그 말을 들은 여자는 고민하다가 남자에게 말한다. 남자는 그에 이렇게 답한다. “생각할 시간을 줘.” 호치키스와 소녀 연인은 로맨스영화의 클리셰처럼 서로 쫓으며 숲 속을 달리는데 그만 길을 잃고 만다. 그때 호치키스의 알이 점점이 그들이 갈 길을 밝혀준다. 스포츠 만화, 히어로 만화, 로맨스 만화, 요리 만화, 빌려온 장르는 가지각색이지만 어떻게 진행될지 절대로 예상할 수 없다. 단, 적어도 한 페이지에 한 번씩은 크게 웃을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비틀기가 이 정도 수준에 이르면 예술이다.
로버트 새폴스키 지음, 이재담·이지윤 옮김, 사이언스북스(02-517-4263) 펴냄, 3만원
원제는 ‘왜 얼룩말은 위궤양에 걸리지 않는가’. 진화적 관점에서 스트레스의 발생과 원인을 연구해온 저자의 책.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달며 실용의학 서적 흉내를 냈다. 스트레스 반응은 적을 맞닥뜨렸을 때 나타나는 반응과 똑같다.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을 구하기 위해 생겨난 반응은 이제 거꾸로 인간을 공격하고 있다.
이희근 지음, 너머북스(02-335-3366) 펴냄, 1만2천원
우리 역사 안에 들어온 이방인들에 관한 역사서. 에 따르면 북방 유목민족 거란과 몽골의 후예인 백정이 조선 초기 인구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중국의 혼란기마다 한반도에 이민족들이 대거 유입됐다. 고대로 갈수록 그 정도는 더 심하다. 당시는 국경 개념이 분명하지 않았다. 이 ‘이방인’들은 한반도의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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