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족들이 ‘모드’라고 부르는 유행 양식 측면에서, 올봄 국내 미술관 동네는 공예 장르가 ‘지존’이다. 이른바 ‘럭셔리’하고 ‘큐티’한 세계적 보석회사들의 명품 장신구들과 옛적 유럽, 아시아 왕실·귀족가의 일류 도자기들이 전시장에 치고 들어왔다. 미술시장 활황 덕분에 허장성세풍의 장식 취향으로 시각 문화의 저울추가 기우는 징표다.
공예 컬렉션 명가인 영국 국립 빅토리아&앨버트 미술관은 도자 소장품 117점을 국내로 들여왔다. 서울 순화동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02-3789-5602~3)에서 6월23일까지 열리는 ‘세계명품도자전’. 동아시아, 중동이 이끌던 도자기 생산 주도권이 18세기 이후 서구 쪽으로 옮겨간 역사를 9개 테마로 분류된 명품 패션쇼로 일러준다. 중국 산둥에서 나온 기원전 2500년께의 세 발 달린 토기 주전자, 석영가루 빚어 만든 고대 이집트의 의식용 지팡이 ‘홀’, 14세기 원나라의 도자기 명소 징더전에서 만든 100억여원짜리 청화백자 용무늬 납작병, 17~18세기 유럽 상류문화의 풍요를 담은 프랑스 자기 ‘목동의 시간’(사진) 등 명품들이 즐비하다.
미국 보석회사 티파니는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순회전(6월28일까지, 02-580-1861)에서 287캐럿짜리 다이아몬드 원석으로 만들었다는 ‘버드 온 어 록’ 등 200여 점의 보석 잔치를 하고 있다. 프랑스 보석사 ‘반클리프 아펠’은 4월4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 10층 문화홀(02-310-1586)에 자체 뮤지엄 소장품 200여 점을 전시 중이다. 도심의 국립 덕수궁미술관 전관을 빌려 구설수를 낳은 프랑스 보석사 카르티에의 명품전(7월13일까지, 02-2022-0623)은 4월22일에 시작한다.
<hr>
무성영화에 음악을 입히다‘박창수, 루비치를 연주하다’ 4월15~17일
무성영화와 프리뮤직이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는 4월15~17일 서울 낙원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에른스트 루비치 감독의 무성영화와 박창수씨의 연주가 어우러지는 ‘박창수, 루비치를 연주하다’를 개최한다. 독일 출신인 루비치 감독은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의 기틀을 닦은 거장이다. 루비치 감독이 독일에서 만든 세 편의 무성영화에 피아니스트 박창수씨가 즉흥 연주로 감흥을 더한다. 실험적인 공연으로 유명한 박씨는 영국, 일본 등 15개국 연주회를 통해 역량을 인정받았다.

하워드 혹스, 빌리 와일더 등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의 거장들이 한결같이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될 만큼 코미디 영화사에서 루비치 감독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루비치 터치’라는 고유명사를 낳을 만큼 그의 연출 스타일은 고전적이면서 독특했다. ‘루비치 터치’는 루비치가 완성한 도회적이고 우아한 연출 스타일을 뜻한다. 이번에 상영되는 (1919)는 루비치 터치가 처음으로 전면에 등장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또 다른 상영작인 (1918)는 남장한 소녀를 통해 성역할을 성찰하는 작품이고, (1921)는 풍자와 조롱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영화다. 관람료 1만원(청소년 8천원). 상영 일정 서울아트시네마 홈페이지(cinematheque.seoul.kr) 참조.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정부, ‘산불 확산’ 울산·경상권에 재난사태 선포…중대본 가동
“윤석열 당장 파면” 헌재에 목 놓아 외쳤다…절박해진 광장
[속보] 산청 산불 실종자 2명도 숨진 채 발견…사망 4명으로
나경원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뼈도 못 추릴 만큼 나라 망해”
BTS 정국, 군복무 중 주식 84억 탈취 피해…“원상회복 조치”
경남 산청 산불 진화대원 2명 사망…2명은 실종
풀려난 김성훈에 놀란 시민사회 “법원이 내준 영장 막았는데…”
‘K-엔비디아’ 꺼냈던 이재명, 유발 하라리에 “어떻게 생각하시냐”
‘KO 머신’ 전설의 헤비급 복서 조지 포먼 타계
“머스크 명백한 나치 경례…미친 짓” 연 끊은 자녀도 공개 직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