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인, 주검, 똥… 14세기 유라시아의 진기한 풍속지 1년 이탈리아 프란체스코회 수도사 오도릭(1265?~1331)은 베네치아를 출발해 동방의 몽골제국으로 가는 여행을 시작한다. 겉옷 한 벌에 매듭지은 밧줄을 메고 맨발로 떠난 이 고행길엔, 사실 절박한 목적이 있었다. 마르코 폴로, 이븐 바투타와 겹치는 여정 당시 유...2012-07-11 20:37
로마의 사모님들, 맞바람을 피우다“오래전에 서로 합의했잖아요. …당신은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는 나 좋은 대로 할 수 있다고요.” 로마제국의 시인 유베날리스의 시구에 등장하는 어느 귀부인은 다기진 자기주장을 내뱉는다. 로마의 결혼 풍습은 옛적 아내와 결혼에 대한 지금의 통념을 깨뜨린다. 당시...2012-07-11 20:34
몸과 정신을 꼼지락거리자옛적 북미 대륙 퀘벡에 살았던 인디언 크리족은 대대로 자손에게 이런 가르침을 전해주었다고 한다. ‘인생은 언제나 끝나지 않는 시련이다, 인생은 늘 물질과 대립한다.’그렇다. 삶은 우리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우리는 울화통 터지는 물질적 현실을 밥 먹듯 체...2012-07-11 17:00
지난 백년의 아시아, 그림으로 돌아보라등잔 밑이 어둡다고 했던가. 아시아 근대미술? 외국 미술 하면 프랑스 인상파나 미국 팝아트, 중국 산수화 정도를 떠올리는 한국 미술판에서는 참 낯선 말이다. 지리적으로 이웃이자 20세기 이후 서구·일본의 식민 지배로 비슷한 고난의 민족사를 겪었지만, 서구 미술 따라하기...2010-07-28 20:34
노형석의 아트파일 정조의 편지 조선 정조(재위 1776~1800)의 18세기는 애틋한 그리움이다. 유럽에서 문화국가의 전범으로 르네상스기의 베네치아·피렌체를 그리워하듯, 21세기 한국인들은 ‘문화로 싱그러웠던’ 정조 시대를 못내 아쉬워한다. 군주·관료·지식인들이 당파를 넘어 예술과 사상을 논하고,...2009-03-10 11:20
노형석의 아트파일 황폐한 세상, 황폐해지지 않는 법 ‘예술을 구하지 않는자여, 그대는 머지않아 황폐해질 것이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의 지식인들에게 청년 화가 에곤 실레(1890~1918)는 이렇게 내뱉었다. 오스트리아 제국을 지탱해온 합스부르그 왕가의 몰락이 눈앞에 닥쳐온 시대 상황 속에서 빈 예술인들의 불안...2009-02-26 17:44
노형석의 아트파일 삼국유사, 진실 혹은 거짓? 한국사의 ‘아라비안나이트’? 13세기 고려 승려 일연(1206~89)이 편찬한 의 텍스트를 둘러싼 후대의 열광과 논란은 800여 년이 지난 오늘날도 지속된다. 새해 벽두부터 텍스트를 둘러싼 ‘쑥덕공론’이 한창이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전북 익산 백제 미...2009-02-11 16:44
노형석의 아트파일 흙먼지 속, 칠레의 꿈을 보다 “황당무계? 그게 바로 원없이 상상하는 행복이다.”발파라이소에서 만난 40대 화가 마르티네즈는 벽에 걸린 자기 그림을 보며 껄껄 웃었다. 잉카문명의 요람인 마추픽추 유적이 보이는 집의 창문 안쪽에 버섯처럼 눌어붙은 짐승들을 담은 동판화였다. 다른 그림들에도 사람 머리...2009-01-21 15:20
노형석의 아트파일 근대미술전 보는 불편한 마음 이 땅의 근대 그림들을 모은 전시회는 필자에게 편안한 감상거리가 못 된다. 20세기 초 곡절과 단절로 얼룩진 우리 그림의 뒤틀린 역사를 과제처럼 복기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강박처럼 밀려올 때가 많았다. 색채와 선이 활개치는 서양 모던 그림에 대한 맹렬한 모방 욕구, 뒤...2009-01-09 16:21
노형석의 아트파일 클래식 연주회에서 땀에 젖다 브라보! 비바 두다멜!전례 없는 열광과 파격이 연주회장을 뒤덮었다. 27살 지휘자와 젊은 악단이 절정의 손길을 거두며 교향곡 4악장을 막 끝내자 청중들은 튕기듯 일어섰다. 함성 지르며 손뼉을 쳤다. 객석 곳곳에 해일처럼 환희의 파도가 물결쳤다. 앙코르타임. 남미풍 ‘...2008-12-25 18:04
노형석의 아트파일 조선 그림 가득 걸린 일본 전시장“사실… 이 전시를 꾸리려고 10년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제 전공은 아니지만, 고고한 조선의 옛 그림이 사랑스럽고 보기가 좋았습니다.” 10년! 일본의 산골 소도시 박물관의 학예사가 털어놓는 고백 속엔 결기가 맺혀 있었다. 전문가가 없어 숱한 조선시대 그림들이 일본·...2008-12-09 14:11
노형석의 아트파일 뒤샹과 ‘생각대로’ 코드‘생각대로 하면 되고!’얼마 전 대박을 터뜨린 국내 휴대전화 광고 카피의 진짜 원조는 프랑스의 괴짜 예술가 마르셀 뒤샹(1887~1968)일 것이다. 91년 전 그는 미국 뉴욕 대형 전시회장에 변기를 출품했다. 공장에서 만든 소변기에 ‘샘’ 제목을 붙인 뒤 자기 작품이...2008-11-28 17:07
노형석의 아트파일 혜원은 ‘여자 신윤복’을 어찌 볼꼬 풍속화의 거장 혜원 신윤복(18세기말~19세기초)은 오늘날로 치면 해군 장교 출신이다. 20세기초 화가 인명록 에는 그가 수군 첨사 벼슬을 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지방의 해안가 포구에서 수군 병사들을 감독·훈련하던 하급 무관이다. 군대 막사에서 필력을 묵히던 시절 혜...2008-11-13 16:42
노형석의 아트파일 간송의 후예여, 미래를 구상하라중국 대륙을 침략한 일본군의 승전 뉴스와 지원병 권유 담화가 조선 팔도를 울리던 시절이었다. 1938년 8월29일, 일제에 나라를 빼앗겼던 국치일이던 그날, 경성(서울) 혜화문 밖의 성북리 숲 언덕에는 새하얀 2층짜리 미술관이 솟아올랐다. 장식 없는 직사각형 몸체, 2...2008-10-28 12:00
노형석의 아트파일 살로메와 미국발 금융위기“당신 머리는 내 거야… 네 입에 키스했어, 요한… 네 입술에서 쓴맛이 나. 피맛이었나?”대사가 부르르 떨린다. 목 잘린 예언자 요한의 머리를 쓰다듬고 입맞춤한 살로메의 외침. 그 광기의 질감이 뜻밖에 차갑다. 지난 10월2~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립오페라단...2008-10-17 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