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나라, 가난한 시민
데루오카 이츠코 지음, 홍성태 옮김, 궁리(02-734-6591) 펴냄, 1만5천원
일본은 잘못된 풍요의 길을 걷고 있다. 부는 인간을 행복하게 하지 않고 불행하게 한다. 남아도는 돈은 땅값을 천문학적으로 폭등시킨다. 야근이나 잔업을 거부하는 사람은 회사의 문책을 받는다. 부는 분배되지 않으며, 복지의 보호를 바라는 사람은 모욕당한다. 저자는 삶의 질을 기본적으로 보장해야 사회의 질적 성숙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상세히 논증한다. 읽다 보면 우리나라의 현재에 고스란히 들어맞는 이야기들이다.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강양구 지음, 프레시안북(02-722-8542) 펴냄, 1만3500원
저자는 유가에 따라 대책이 있느니 없느니 싸우지 말고 다음과 같이 가정하라고 한다. ‘석유가 없다.’ 이미 유럽은 이렇게 가정하고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그라츠에는 152대의 버스가 폐식용유를 가공해 만든 100% 바이오디젤로 움직이고, 택시도 약 60%가 바이오디젤을 사용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정부의 안일한 보급 정책 탓에 생산능력만큼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매스, 태양에너지 등 대체에너지 전반을 점검한다.
내 인생, 단 하나뿐인 이야기
나딘 고디머 엮음, 이소영·정혜연 옮김, 민음사(02-515-2000) 펴냄, 1만2천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여성작가 나딘 고디머는 소설가들에게 단편소설을 하나 기증해달라는 편지를 썼다. 이 소설을 모아서 펴낸 책의 수익금 전액을 에이즈 관련단체에 기증하겠다는 것이다. 편지를 받은 작가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의 소설을 보내주었다. 이렇게 마르케스, 사라마구, 귄터 그라스, 겐자부로, 살만 루슈디, 수전 손택, 우디 앨런 등이 한자리에 모였다. 한국어판의 수익금은 대한에이즈예방협회에 기증된다고 한다.
이야기의 숲에서 한비자를 만나다
한비자 글, 이상수 엮고 옮김, 웅진지식하우스(02-3670-1072) 펴냄, 1만5천원
한비자는 이야기 수집광이었다. 구전 담론과 일화를 다 모아두었다. 그의 저작의 분량은 제자백가 중 가장 많다. 모순, 토사구팽, 수주대토 등의 고사성어가 나오는 것이 그가 전하는 책에서다. 한비자는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시키도록 해준 정치철학자이기도 하다. 리더와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나는 지금 한비자가 다시 많이 읽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민물고기 도감
박소정 그림, 김익수 감수, 도서출판 보리(031-955-3673) 펴냄, 3만원
우리나라에 사는 민물고기 90종을 세밀화로 그린 어린이 도감. 산골짜기, 냇물, 강, 저수지와 늪 등의 취재에만 4년이 걸렸다고 한다. 민물고기는 알을 낳는 때가 되면 암컷과 수컷 색깔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물고기는 암컷수컷 모두를 그렸다. 그외에도 숨어 있는 물고기, 알 낳는 모습, 짝짓기 등을 그리고 민물고기를 부르는 토박이말도 찾아넣었다.
우리 과학의 수수께끼2
신동원 엮음, 한겨레출판(02-6383-1607) 펴냄, 1만3천원
금속활자는 고려에서 처음 만들었을까, 풍수지리는 과학일까, 거북선은 철갑선이었을까 등 학계의 논쟁이 되는 주제에 질문을 던지고 풀어간다. 6장 ‘정약전은 왜 물고기를 그리지 않았을까’. 정약전의 그림 솜씨가 형편없었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그가 남긴 그림은 매우 뛰어나다. 그는 원래 를 그림이 덧붙인 책으로 구상했다가 포기한다. 왜 그랬을까.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찰리 채플린 지음, 이현 옮김, 김영사(02-3668-3204) 펴냄, 3만2천원
여러 번 출간됐던 찰리 채플린 자서전의 최초 완역본. 채플린은 술주정뱅이 아버지와 정신질환을 앓는 어머니 밑에서 빈민구호소를 전전하며 살았다. 덕분에(?) 그는 슬픔을 아는 희극배우가 될 수 있었으리라. “우리는 유머 덕분에 인생의 부침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며 엄숙함이라는 것이 얼마나 부조리한 것인지 드러낸다.”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
이병훈 지음, 한길사(031-955-2037) 펴냄, 2만원
러시아 문학 기행문. 1부 겨울 이야기는 모스크바 시내, 2부 여름 이야기는 모스크바 외곽을 방문한다. 1부에서 ‘국립 뜨레찌야꼬프 미술관’를 찾아간 저자는 그림을 보며 푸시킨과 고골, 도스토옙스키를 불러낸다. 예술가들은 소설가들을, 그리고 소설가들은 화가를 염두에 두고 단편소설을 쓰기도 했다. “우리가 갖가지 음식을 뱃속에 집어넣듯이 인간은 다채로운 예술적인 충동을 구현할 뿐이다. 러시아 미술사는 내 머릿속에서 서로 혼합이 되어 거대한 모자이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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