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첨단과학의 균형 잡힌 안내서 <사람을 위한 과학>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17세기 과학혁명 이래로 인류가 과학에 대해 품어온 환상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과학은 세계와 우주에 드리운 무지의 어둠을 덜어내줄 것이며 인간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 것이며 생산력의 비약적 발전을 끌어낼 것이라는. 물론 이것은 절반의 진실이다. 그러나 21세기 최첨단 과학의 시대를 맞이하여 인간은 또 한번 대책없는 희망을 붙들고 있다.
<사람을 위한 과학>(김수병 지음, 동아시아 펴냄)은 오랫동안 첨단과학에 관심을 갖고 취재해온 과학담당 기자의 ‘내공’을 바탕으로 첨단과학의 오해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오해와 진실’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은이는 우리의 일상과 사회를 개혁할 첨단과학의 가능성을 짚어주면서도, 대책 없는 신뢰를 비판하며 그 부작용까지 지적한다. 즉, 첨단과학의 홍수가 몰려오는 시대에 그것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볼 충실한 안내서의 역할을 한다.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일반인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매우 쉬운 문체로,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사례들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점이다.
첨단과학의 아기자기한 세계로 들어가보자. 책의 첫장은 ‘식탁 위의 과학’으로 패스트푸드, 유전자 변형 식품, 지방 식료품 등 ‘밥상머리’에 얽힌 첨단과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특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유전자 변형 식품에 대해서는 그 가능성과 한계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찬성론자들이 논거로 들고 있는 식량 문제 해결, 반대론자들이 주장하는 생태계 교란과 ‘잠재적 위험’을 살펴본다. 지은이는 유전자 변형 농작물을 거부만 할 것이 아니라 “유전자 시스템을 완전히 이해한 상태에서 기술을 적용해 유전인자에 의한 예기치 않은 결과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건강과 과학’이라는 장도 재미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노화방지제, 탈모치료제, 기억증진제 등 첨단과학을 응용한 다양한 건강요법의 유효성을 살핀다. 특히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최근 위염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해로운 균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학자들의 연구를 보면 아이들의 설사병 예방이나 위산 억제 등 긍정적인 역할도 입증돼 있다고 역설한다. 헬리코박터에 대한 적개심은 인류의 피해의식이나 기업의 상업적 목적에 의해 과대평가돼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과학’ ‘생활 속 과학’ ‘정보사회와 과학’ 등의 장은 좀더 깊숙이 일상생활에 응용되는 첨단과학의 원리를 파헤친다. 유전자 검사는 예방의학 차원에서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으나 아직 전체 질병의 5%가량을 차지하는 단일유전성질환(헌팅턴병, 루게릭병 등)의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개인의 성격이나 적성, 외모를 예측하고자 하는 ‘유전자 사행심’이다. 의학 분야 등에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젖힐 것으로 기대되는 나노 신기술도 한계가 있다. 현실 기술은 아직 나노 크기의 기계를 제작하는 수준에도 이르지 못했다. 의학에서 나노 기술을 응용할 때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물질의 입자가 나노 크기로 작아지면 독성 또한 강해진다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전자태그, 위성위치추적시스템, 이메일 감시 등 더 편안한 일상을 위해 개발된 정보사회의 기술들은 역으로 ‘감시사회’를 조장할 위험성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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