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0%”
2007년 고3이었습니다. 그해 국민의 10%만이 그를 지지한다는 여론조가 결과가 나오자, 친구들은 제게 “너 대한민국 10%에 들었네” 하고 놀렸지요. 그러고 보니 그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실이 놀림감이 되던 시절이었네요. 엄마와 저,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분명한 건 30여 년 전 엄마가 여고생일 때 흘린 눈물(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때)과 아주 다른 성질의 슬픔을 겪었다는 겁니다. 식상하지만 저에게 그는 처음이자 마지막 대통령이었습니다. 아직 봉하마을에 가지 못했습니다. 오늘도… 새봄을 맞아 장만한 노란 운동화를 보면서, 또 한 번 그를 생각합니다. 이제, 이 노란 운동화를 신고 그에게 다녀올까 합니다. 무명씨 여대생
장난꾸러기 선생님의 눈물
선생님은 장난기가 많은 분이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치러진 날은 달랐다. 수업 시작 전부터 선생님의 눈은 벌겋게 충혈돼 있었다. 우리의 인사를 받으신 뒤에도 한참을 고개 숙이고 계시더니 울음 섞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얘들아, 오늘은 이 나라와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한 지도자를 잃은 날이다. 노무현이라는 사람은 우리와 같은 약자를 돌볼 줄 알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용기 있는 분이셨다. 선생님은 그분을 지켜드리지 못해서 너무나 괴롭고 슬프구나.” 선생님의 굵은 눈물이 교탁을 적시고 내 마음도 적셨다. 이번 스승의 날에 존경하던 선생님을 찾아가려 한다. 따뜻한 녹차를 마시며 선생님과 함께 인간 노무현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선생님도 귀여운 제자가 들고 온 이야깃거리를 반가워하실 것이다. 김다영 여고생
그저 지켜보지만은 않으리7년 전 나이가 어려 하지 못한 투표였지만 학교 식당에서 해주던 개표 방송을 밤새 시험 공부도 못하며 지켜봤다. 하지만 원하지 않는 정책을 추진하는 그의 모습에 점점 희망은 사라졌고 관심도 옅어졌다. 그의 무기력한 모습들에 화도 나지 않았다. 여의도와 청와대는 그저 다른 나라였다. 그가 줄여놓은 군 복무 시간은 조금 고마웠지만, 제대 뒤의 처절한 경쟁은 변한 것이 없었다. 그렇게 대학교와 이별을 고하고, 이른 결혼을 하고, 대학원으로 경쟁의 자리를 옮길 즈음, 그의 죽음이 다가왔다.
마음속 혼란에 마침표를 찍어준 사람은 한명숙이었다. 추도사를 읊조리는 모습을 보며 그제야 그의 죽음을 슬퍼할 수 있었다. 그에 대해 공부했다. 이윽고 법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다. 희망을 찾고 싶었다. 그러다 박원순이란 사람의 인터뷰집을 찾았다. 정치적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끊임없이 한국 사회의 변화를 위해 노력한 우리 사회 희망의 증거였다. 나는 희망제작소 회원으로 가입하고, 미뤄뒀던 전공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그 뒤 1년, 내게 노무현이 준 희망의 증거, 한명숙과 박원순은 이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모두 대한민국 검찰에 기소당했다. 이 괴물은 다시금 내 희망을 짓밟고 있다. 하지만 이제 그저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다. 노무현을 보냈던 것처럼 그들을 괴물의 제물로 바치지 않을 것이다. 김용만(가명) 대학원생
“울지 말고 바꿔야지”100만 명이 모인 시청에서도, 100일 넘게 켜진 촛불로도 세상을 바꿀 수 없었음에 화가 치밀어올랐습니다. 그래서 봉하에 갔습니다. 따뜻한 손으로 제 손을 잡아주실 때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몰라 “그냥 보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당신 “나도 보고 싶었어요” 하십니다. 눈물이 다시 납니다. 촛불 배지를 보셨는지 다독이시면서 “울면 어떻게 이겨? 울지 말고 바꿔야지”라고 덧붙이십니다. 그 말씀 아직 기억합니다. 불통 정권에 이기고,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기고, 정치 무관심에 이기고, 보수 언론에 이길 때까지. 부모님이 바뀌고, 친구들이 바뀌고, 무노조 대기업이 바뀌고, 정권이 바뀌고, 그래서 대한민국이 사람 사는 세상으로 바뀔 때까지 좌절하지 않겠다고 약속합니다. 무명씨 서울 강동구 ‘촛불시민’
아비로서
대학생·고등학생 두 자식이 있다 보니 가끔 민주주의에 대해 그리고 보수·진보에 대해 질문을 받게 된다. 명색이 아비가 자식에게 세상을 보는 방법과 올곧은 생각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 명쾌한 답을 줄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여긴다. 민주시민으로 살려면 좀 귀찮아도 스스로 배우고 익혀서 ‘타인을 배려하는 법’과 ‘공도’(公道)를 알아야 할 것이다. 그는 내부로부터의 혁명을 일구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한 노예가 될 것임을 끊임없이 경고한다. 박의태 48살 가장
내년엔 더 성장할 것입니다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친구와 나는 그 앞에서 한참을 울었습니다. 여름의 길목, 무덥고 무거운 날씨에 절하고 기도하고 그분을 추모하는 사람들의 긴 행렬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내게 생경한 광경이었습니다.
1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재수생입니다. 지난겨울은 18년 인생에 닥친 최초의 시련이자 가장 큰 위기였지요. 그러나 아마 나는 내년엔 기필코 대학에 가고 더 성장할 것입니다. 단 한 번의 실패가 내게 끝이 아니었듯 그분의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이 금방 가시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기엔 지금 살아가는 데 각자가 짊어진 무게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는 더 이상 몰이해와 무관심으로 먼저 가신 그분의 죽음을 헛되이하진 않을 것이란 사실입니다. 이연수 19살 재수생
6월2일은 바꾸는 날2009년 5월23일 경비근무를 하던 중 들려온 속보. 결국 며칠 휴가를 내고 서울시청을 찾았다. 분향소는 철거된 뒤였고 시청 앞 광장은 전경들이 삼엄한 경계를 하고 있었다. 너무 늦게 왔다며 자신을 원망했다. 덕수궁 돌담길을 가득 메운 전경, 낯설게 변해버린 시청이란 공간에 실망하게 됐다. 내 손으로 뽑은 이번 정권에 대한 실망이 아닐까 싶다. 서글픈 공간에서 15분간 묵념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지금 당장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다.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주변 친구들은 무관심하다. 아무나 뽑히면 어떠냐는 마음, ‘6월2일은 쉬는 날’ 정도로 생각하는 현실이 암담하다. 그러나 친구들에게 그날 혹은 향후 선거일이 어떤 날인지 확실히 알려주고 모두 동참하라고 해야겠다. 무명씨
대통령님은 저의 꿈꿈도 목표도 없이 청춘을 살아왔습니다. 어느 날 잠결에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들었고, 그게 노 전 대통령님의 서거 때문이란 걸 알았습니다. 뜨거운 추모 열기를 느끼며 한편으론 타인의 죽음에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귀찮은 마음이 들었지요.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제 생각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마음은 대통령님의 저서를 보고 확실해졌습니다. 처음엔 슬펐지만, 이윽고 분노가 됐어요. 부조리와 함께 숨 쉬며 살았으면서도, 그것이 부당함을 알았으면서도 묵인해온 자신에게 화가 났습니다. 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대통령님은 처음 정치를 시작하실 때 노동자의 친구가 되고 싶으셨다 합니다. 약자를 도울 방법을 찾다가 결심했습니다. 법으로 그들을 돕는 변호사가 되기로.
법이나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인권에도 관심이 생기고, 요즘은 청소년의 인권침해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청소년 자치활동’의 활성화를 옹호하는 동아리도 만들고 있습니다. 지켜봐주세요. 대통령님은 제 꿈입니다. 최예린 여고생
당신만큼 살 수 있을까요고백건대 저는 당신과 민주당, 한나라당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었습니다. 현실의 장벽을 핑계 삼아 그들(한-미 자유무역협정이나 이라크 파병 등을 반대한 이들)을 버리지 말라고 당신을 비판했던 저는 이 신념을 증명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적어도 당신만큼은 살 수 있을까요. 대다수가 민주주의라고 말했던 당신의 시절에 아직도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말했던 내가, 대다수가 독재라고 말하는 지금 당신을 보내고 남았습니다.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언제나 그곳에서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최동규 부산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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