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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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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권 OTL] ‘어린 것들’ 차별할 땐 이렇게 외칩시다

등록 2008-06-05 00:00 수정 2020-05-03 04:25

‘달마다 하는 청소년인권 놀이터 빨강물고기’ 첫 교육 현장

▣ 병헌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활동가

[일어나라, 인권 OTL④]

5월24일 ‘달마다 하는 청소년인권 놀이터 빨강물고기’란 이름의 청소년인권 교육이 열렸다. 11월까지 매달 진행할 프로그램의 첫 모임이었다. ‘빨강물고기’는 ‘갑갑하고 좁은 어항 속에서 사육당하듯 살아가는 청소년의 현실’ 속에서 인권을 생각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달의 주제는 차별. ‘깨워봐, 인권 감수성~ 차별 감수성!’이란 제목으로 일상적인 차별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서울시 중구 중림동에 위치한 인권교육센터 들 회의실에 모인 사람들은 주로 청소년인권에 관심이 있거나 청소년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었다.

우선 일상 속에서 쉽게 나타나는 차별을 드러내는 낱말을 각 모둠별로 뽑았다. 참가자들은 몸동작으로 구체적인 차별 상황을 직접 정지화면으로 묘사하고, 오가는 말들이 적힌 말풍선을 만들어 발표했다.

“짐 들어줄게, 줘.”(남) “어? 괜찮은데….”(여) 남자가 여자의 짐을 억지로 들어주려는 장면을 통해 여성성·남성성에 대한 차별을 표현했다. 신체검사 때 몸무게 등을 큰 소리로 불러주고 기록하는 현장에서 “쟤, 왜 저렇게 뚱뚱해? 저런 돼지!”라고 친구들이 쑥덕거리는 모습에는 외모에 대한 차별과 개인정보를 함부로 취급하는 학교의 모습을 담았다. 또 “어린 것들이 뭘 안다고”라며 촛불문화제에 나간 청소년을 감시하러 나온 교사들과 “이런 건 애들이 보면 안 돼!”라며 영화에 가위질을 하는 모습을 통해 나이에 따른 차별을 이야기했다.

사람들을 차별할 때 주로 이야기되는 여러 차별의 논리들을 찾아보고 거기에 대해 반박하는 연습을 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지” “이게 다 너를 위한 거야” 등 성적으로 학생을 차별하는 말에는 “학생이기 전에 인간!” “나를 위한 게 뭔지는 내가 결정해” 등의 말로, 그리고 “사랑은 남녀끼리만 해야지”라며 동성애자 정체성을 차별하는 사람에게는 “사람과 사람끼리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등의 말로 받아치자는 의견이 토론 내내 튀어나왔다.

차별은 어려운 주제다. “차이를 차별하면 안 돼” 같은 ‘좋은 말’은 쉽게 다가오지만 구체적인 문제로 들어가면 만만치가 않다. “청바지를 입는지 면바지를 입는지, 안경을 끼는지 안 끼는지와 같은 차이는 차별하지 않으면서 왜 동성애·장애·성적·나이 등의 차이는 차별의 이유가 되는 것일까요? 그 안에 권력관계, 사회적 서열화의 작용이 있지 않을까요? 그럼, 차별을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뭘 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빨강물고기’ 참가자들에게 던지면서 첫 시간이 끝났다.

다음 달 교육은 6월21일. 참가 신청은 전자우편(youthhr@chol.com)으로 하면 된다.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홈페이지(cafe.daum.net/youthh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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