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에 인간을 입히면 수학처럼 부담스러운 과목도 없었다. 국어와 영어는 그나마 생활 속에서 사용할 기회가 있지만, ‘로그’나 ‘로피탈의 정리’ 따위는 대체 어디에 쓰라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싶어도, 치열한 입시 경쟁은 그 시간에 한 문제라도 더 풀라고...2016-07-21 18:32
미완성의 전쟁 연작 2015년, 프랑스 문화계는 아우슈비츠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미완성 소설 의 그래픽노블 출시와 영화화로 설레었다. 제1부 은 섬세한 심리 묘사가 뛰어난 에마뉘엘 모아노가 그래픽노블로 제작했으며, 제2부 (국내 출시명 )는 사울 딥 감독, 미셸...2016-07-01 15:14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완벽하지 않아> 누구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늘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준다. 그런데 통증이 무뎌졌기 때문일까. 우리는 그것 또한 큰 폭력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때가 많다. 직장 상사로서, 친구로서, 가족으로서, 그리고 연인으로서, 존중을 바탕으로 형성되어야 할 ‘관계’가 상대방이 원치 않...2016-06-02 17:41
진짜배기 사회주의자 1907년 8월18일. 제국주의 국가들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전쟁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유럽 사회주의자들(제2인터내셔널)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모여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자본주의자들의) 전쟁을 막는다”는 반전 결의안을 채택한다. 이는 1912년 스위스 바젤 ...2016-05-21 17:26
그분이 대통령이 된다면2008년 3월3일. 여성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그린 홍보를 위해 뉴스 출연을 대기하고 있던 소피 마르소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방송국을 떠나버렸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대표 장마리 르펜이 시의원 후보 자격으로 정치 코너에 초대됐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대표하...2016-05-01 04:29
정부란, 시민이란 무엇인가2015년 12월15일. 프랑스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지하철 2호선 ‘벨빌’ 역을 ‘벨빌-1871년 파리코뮌’으로 개칭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벨빌이 파리코뮌의 마지막 항전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프랑스인은 없다. 다만 이번 결정은 역사의 연속성과 일상화를 집요할 정도로 ...2016-04-09 16:55
러시아는 도대체 왜?2006년 10월7일. 러시아 모스크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괴한들이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이어지는 네 발의 총성. 그리고 한 여성이 쓰러졌다. 반민주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를 비판하고, 체첸에서의 인권 유린을 고발해 ‘러시아의 양심’이라 불린 기자 안나 폴리트코...2016-03-17 22:18
뽀뽀 아이야, 네가 와줘서 좋아의사가 이야기했다. 그의 딸은 다운증후군이라고. 그토록 기다렸던 둘째였건만…. 그는 절망에 빠졌다.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평생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아니, 무엇보다 장애아의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준비가 ...2016-02-17 20:41
‘이방인’이란 그 무거운 꼬리표중학생 2학년인 진은 그날따라 자기 자신이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미웠다. 중국계 미국 이민자 2세라는 이유로 받아온 선입견과 차별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터져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진은 미국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하지만 그 사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외형에서 드...2016-01-31 02:07
‘녹색 자본주의’가 가능하다고 생각해?“넝마가 된 기후는 우리를 정면으로 들이받겠지. 우리는 최악의 상황에서 변화를 이룰 것이다. 강제와 압력에 의해. 그리고 너무나 늦게.”문명은 언제 멸망할까? 어쩌면 ‘곧’이다. 기후학자들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시대보다 2℃ 상승하면 ‘재앙’이 일어날 거라고 입...2016-01-14 20:17
엄마와 이별하는 법“엄마가 넘어져서 많이 다쳤다. 누워 있어.” 미국 뉴욕의 만화가 라즈 채스트는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는다. 집 안에서 보스로 군림하고 있는 어머니. 그분만은 언제나 괜찮을 것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이자 ‘소화전’같이 ...2016-01-01 20:43
엄마를 기억하기 위하여사라 레빗의 어머니 미리암은 1998년 치매 판정을 받았다. 치매는 52살의 쾌활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서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잠식했다. 그녀의 언어와 지각 능력은 시들어갔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의 의미가 점차 하얗게 가리어졌다. 급기야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됐...2015-12-19 18:57
역사, 불편한 인간의 발자취어쩌다 ‘역사’라는 고상한 학문이 싸구려 콘텐츠의 해설자이자 정치권의 선동 도구로 전락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 때문에 역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장점도 있지만, 온갖 매체에서 가볍게 던져주는 사학자의 결과물 한두 줄을 넙죽 받아먹고는 그것이 역사의 전부인 양 착각하...2015-12-03 22:14
‘우주로 가는 배’를 본 적 있니지구는 이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별이 되었다. 그래, 결국 이런 날이 오고 말았어. 조상 대대로 해먹어왔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갑작스러운 지구의 영업 중단 선언으로 인류의 앞날은 막막하기만 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다방면으로 방안을 모...2015-11-12 20:57
그들은 시민이 아니었네1988년 8월6일, 미국 뉴욕 톰킨스스퀘어 공원. 깊은 어둠이 깔리고 자정을 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기하고 있던 경찰은 공원에 모인 사람들에게 퇴거 명령을 내렸다. 노숙자와 부랑아, 그리고 빈민이 점거한 톰킨스스퀘어 공원은 범죄의 온상이자 도시의 경관을 해친다는 ...2015-10-24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