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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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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30도, 체온보다 낮은데 왜 이렇게 더울까?

짜증 나고 무기력한 여름, 몸이 보내는 SOS였다
등록 2026-05-23 11:43 수정 2026-05-25 08:09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2026년 5월17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며 무더운 날씨를 보인 2026년 5월17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봄이 왔나 싶었는데 벌써 여름이다. 2026년 5월14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1.4도였다. 서울 기온이 처음으로 30도를 넘은 것이 2025년에는 5월21일이었으니 일주일이나 앞당겨진 셈이다. 기상학자들은 2026년이 위험한 여름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올해가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 속 발언을 농담으로 여기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그리하여 이마에 땀이 맺히고 불쾌지수가 치솟는 한낮의 거리. 버스정류장에 서서 손부채질을 하며 “왜 이렇게 덥냐”고 툴툴거리다보면 문득 엉뚱한 생각이 든다. ‘잠깐, 인간의 체온은 36.5도잖아?’

 

기온과 체감온도는 다르다

 

지금 기온은 30도. 체온보다 6.5도 낮다. 그럼 상식적으로 시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방 안에 둔 뜨거운 물이 식는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왜 우리는 체온보다 낮은 30도 안팎의 기온에 땀을 뻘뻘 흘리며 고통받을까?

우선 앞의 상식부터 점검해보자. 체온이 기온보다 높으니 시원해야 한다는 생각은 기본적인 열역학에 근거를 두고 있다. 맞닿은 물체들은 서로 열을 교환한다. 열은 온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물체들의 온도가 같아질 때까지 이동해 더는 열이 이동하지 않는 열평형에 이른다. 열역학에 따르면 우리의 상식은 옳다. 36.5도인 인체와 30도인 공기가 맞닿아 있을 때 열은 인체에서 공기로 이동해야 하고, 몸은 시원함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우리는 30도는커녕 28도만 돼도 퍽 덥다고 느낀다.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날이면 기상청에서는 폭염경보를 울린다.

마치 물리 법칙의 오류와도 같은 이런 현상에 관한 한 가지 설명은 기온이 우리를 속이고 있다는 것이다. 체감온도라는 말이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기온과 우리가 느끼는 온도는 같지 않다. 기상청에서 기온을 측정할 때 쓰는 온도계는 1.5m 높이의, 통풍이 잘되는 하얀 상자인 백엽상 안에 들어 있다. 그렇다보니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햇빛에 의한 열기는 기온 측정에서 과소평가된다. 또한 우리가 느끼는 열기는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온도계는 온도만 측정할 뿐 습도는 반영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기온은 우리가 느끼는 더위의 최솟값에 불과하다.

 

무더위 진짜 원인이 우리 몸에 있다고?

 

그러나 백엽상이라는 환경의 특수성만으로는 기온과 체감 더위 사이의 괴리감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다음과 같은 질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왜 우리는 온도와 습도가 동일한 공기가 순환할 뿐인 바람이 불 때 시원하다고 느끼는가? 열역학의 관점에서 볼 때 습도는 열이 이동하는 방향을 바꾸지 못하는데 왜 우리는 습도가 높을 때 더 불쾌해지는가? 이러한 질문에 백엽상은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개를 숙여 우리 몸을 바라보아야 한다.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을 수 없다면 내부에서 찾아봐야 하는 법이다.

앞선 논의에서 우리는 한 가지 물리학적 특수성을 간과했다. 바로 체온이 36.5도라는 사실이다.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물체에는 정해진 온도가 없다. 커피가 아이스일 수도 있고 핫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언제나 36.5도 부근의 체온을 유지하는 인체는 일반적인 물체가 아니다. 자체 온도 조절 기능을 갖춘 시스템이다. 우리가 느끼는 더위는 인체 시스템의 관점에서 파악해야만 온전히 이해될 수 있다.

한 가지 사고 실험을 해보자. 인체와 완벽하게 열평형을 이루는 공간에 사람이 들어가 있다면 방은 뜨거워질까 차가워질까? 다시 말해 바깥에서 열을 받거나 바깥으로 열을 내보낼 수 없다면 인체는 뜨거워질까 차가워질까? 정답은 ‘뜨거워진다’이다. 인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심장이 뛰고, 숨을 쉬고, 소화할 때 인체에서는 화학적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일종의 엔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기초대사가 일어나는 동안 우리 몸은 엔진처럼 과열된다.

문제는 인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은 온도가 40도를 넘으면 변형되어 제구실을 못한다는 점이다. 오버클록 성능 향상 기능이 없는 인체는 살아남기 위해 체온을 36.5도로 유지해야만 한다. 즉, 기본적으로 열을 식혀야만 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왜 30도밖에 안 되는 기온이 우리에게 무더위로 느껴지는지에 관한 답은 여기에 있다. 높은 기온은 우리 몸에 미지근한 냉각수나 다름없다. 적극적인 열 배출을 위해 우리 몸은 시원한 바깥 공기를 원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괴롭히는 무더위는 태양과 지구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서 연유하는 것인 셈이다.

 

땀이 마를 때 비로소 시원해진다

 

습도와 바람이 쾌적함과 밀접하게 연관된 이유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공기가 충분히 시원하지 못해 열을 자연스럽게 배출하지 못할 때, 다시 말해 더울 때, 인체는 천연 냉각수를 동원한다. 바로 땀이다.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땀은 더워서 나는 것이 맞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더위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더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다. 피부에 맺힌 액체 상태의 땀은 수증기로 변하면서 피부 표면의 열을 식히는 역할을 수행한다. 습도와 바람이 우리의 체감온도와 얽히는 접점이 바로 땀이다. 젖은 빨래를 떠올려보자. 건조한 날에는 빨래가 잘 마르지만 습한 날에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 땀에 젖은 우리 몸은 젖은 빨래와 같다. 빨래가 마르면서 뽀송뽀송해지듯이 우리 몸 역시 땀이 마르면서 시원해지는 것인데, 공기 중의 습기는 바로 이 작용을 방해한다. 한편 바람은 선풍기나 드라이기와 같다. 앞서 언급한 대로 바람은 공기 자체를 시원하게 만들지 못한다. 다만 바람은 피부를 둘러싸고 있는 습기로 눅눅한 공기를 날려버리는 것으로 땀이 더 잘 마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 그러니 마찬가지로 아이러니하게 우리가 느끼는 시원함 역시 바람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그 원인이 있다.

인체는 일생 열과 사투를 벌인다. 무더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비상사태다. 땀을 내기 위해 몸은 내부 장기의 혈액을 피부 표면의 혈관으로 대거 이동시킨다. 피부로 피를 몰아주다보니 근육과 뇌, 소화기관으로 갈 혈액이 부족해지고 심장은 한정된 혈액을 온몸에 돌리기 위해 평소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게 뛰어야 한다. 그 결과 우리는 소화가 잘 안되고, 만사가 짜증 나고, 무기력해지는데, 실상 그것은 몸이 보내는 에스오에스(SOS) 신호다. 여름 무더위를 간과하지 말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를 잊지 마시기를. 또한 여력이 된다면 기후위기를 막는 데도 일조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서윤빈 소설가

 

*세상 모든 콘텐츠에서 과학을 추출해보는 시간. 공대 출신 SF 소설가가 건네는 짧고 굵은 과학잡학. 3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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