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이야기했다. 그의 딸은 다운증후군이라고. 그토록 기다렸던 둘째였건만…. 그는 절망에 빠졌다.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평생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중압감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아니, 무엇보다 장애아의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는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무너진 부성애는 너무도 차가웠다. 그는 아이를 안아주지도, 노래를 불러주지도 않았다. 깊은 죄책감이 들었지만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애를 써도 아이에게 특별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 심리치료를 받고 의학 전문가들과 상담도 해보지만 멀기만 한 부녀의 거리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는 선천적인 심장 문제로 수술을 받기로 한다. 못난이 아빠는 그제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딸’이. 21번 염색체가 남들보다 하나 더 많은 다운증후군 아이가 아니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신의 소중한 분신 말이다. 지금까지 ‘장애’와 ‘편견’에 발이 묶여 딸에게 다가갈 수 없었지만, 그는 이제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눈물을 흘린다.
(휴머니스트 펴냄)는 프랑스 만화가 파비앵 툴메와 다운증후군 딸의 특별한 만남을 그린 자전적 작품이다. 우리와 우리 사회를 투영하고 있는 저자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때로는 불편하기까지 한 내밀하고도 진솔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뿜어낸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그는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장애에 맞서거나 맞서게 될 사람들을 위해 펜을 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장애인의 가족과 이웃의 입장에서 장애 문제를 직접 대면할 수 있다.
다운증후군 환자들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퍽 인상 깊다. 젊은 커플과 병원을 찾은 한 소녀는 예쁘고 옷도 잘 입어 작은 눈 말고는 다운증후군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아무리 장애라 하더라도 관심과 적절한 도움이 있다면 얼마든지 지금보다 더 나아지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적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작품 곳곳에는 장애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꼬집는, 하지만 놀랍도록 아름다운 표현이 가득하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굉장히 착하고, 애정도 많아서 ‘뽀뽀 아이들’이라고 불릴 정도야.” 마지막 책장을 넘길 즈음에는 볼때기가 통통한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귀엽다는 이야기에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언니 루이즈가 동생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왠지 부끄러워지기까지 한다.
이 작품에서는 ‘장애’를 ‘다르다’가 아닌 ‘특별함’이라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 ‘특별한’ 아이에게 선택된 것을 행운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잠든 딸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기다리던 네가 아니야… 하지만 네가 와줘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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