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15일. 프랑스 파리 시장 안 이달고는 지하철 2호선 ‘벨빌’ 역을 ‘벨빌-1871년 파리코뮌’으로 개칭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벨빌이 파리코뮌의 마지막 항전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프랑스인은 없다. 다만 이번 결정은 역사의 연속성과 일상화를 집요할 정도로 추구하는 프랑스만의 특별한 철학이 낳은 결과다. 그만큼 파리코뮌은 프랑스인에게 자긍심을 주는 역사이자 치유할 수 없는 아픔으로 남은 사건이다.
파리코뮌은 1870년 보불전쟁에서 프로이센과의 휴전협정을 거부한 파리 시민, 노동자 그리고 시민에게 발포를 거부한 군인들이 정부를 몰아내고 세운 자치정부다. 두 달 남짓 존속한 파리코뮌은 무상교육, 여성참정권, 노동자 최저생활보장, 정교분리와 같은 혁신적인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코뮌은 결국 정부군의 공격으로 무너지고 만다. ‘피의 일주일’이라는 섬뜩한 용어로 기록될 만큼 무자비한 정부군의 진압으로 3만여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서해문집 펴냄)은 코뮌 성립부터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의 여정을 우리 눈앞에 생생히 보여준다. 이 작품은 공쿠르상 수상자인 장 보트랭의 추리소설을 프랑스의 국민 만화가 자크 타르디가 각색했다. 타르디 특유의 꾸밈없는 그림체는 시민, 불량배, 창녀 등과 시너지를 일으켜 때로는 따뜻하고 포근한, 때로는 더럽고 천박한 에너지를 노련하게 뿜어낸다. 또한 작가는 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19세기 ‘거리’를 재현하기 위해 길가의 포석에서부터 하층민 가정의 집기에 이르기까지 수억 번의 터치로 미세한 부분까지 그려냈다. 한국어판 번역은 파리에서 20여 년간 망명생활을 한 정치인이자 언론인 홍세화씨가 맡아 출판계를 술렁이게 했다. ‘자격 있는’ 역자의 참여로 작품의 의미와 진정성은 더욱 짙어졌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파리코뮌이 담고 있는 보편적인 역사적 의의에 대면할 수 있다. 타르디는 이야기한다. “파리코뮌은 직접민주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지금에도 큰 가르침이 있죠. 당시 시민들은 정치인 가운데 자신의 안위를 위해 휴전을 주장한 배신자가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시민들의 운명을 그들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지 않은 것이에요.”
파리코뮌은 우리네 1980년 광주와 너무도 흡사하기에 깊은 공감과 뼈아픔이 동시에 느껴진다. 이 두 사건은 한결같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묻는다. 정부란 무엇이며, 시민이란 무엇이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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