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넘어져서 많이 다쳤다. 누워 있어.” 미국 뉴욕의 만화가 라즈 채스트는 어느 날 아버지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는다. 집 안에서 보스로 군림하고 있는 어머니. 그분만은 언제나 괜찮을 것이라 믿어왔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는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이자 ‘소화전’같이 튼실한 체격의 어머니조차 주저앉게 하였다. 아버지 역시 노인성 치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제야 비로소 부모님의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였다. 부모님은 이미 노인의 범주를 넘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지금까지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명절 인사와 안부 전화로 자식된 자의 도리를 때울 수 있었던 편안한 시절이여 안녕. 결국 라즈는 두 팔을 걷어붙이고 부모님을 보살피기로 작정한다.
〈우리 딴 얘기 좀 하면 안 돼?>(클 펴냄)는 다시 부모님의 세계로 돌아간 라즈의 경험담을 그린 작품이다. 하지만 효심 가득한 ‘새끼의 귀환’은 처럼 아름답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여전한 세대 차이와 성격 차이는 서로를 멍들게 하고, 갑작스럽게 변해버린 가족의 역할은 삐걱거리며 겨우 작동한다. “나는 시중드는 데 소질이 없었고, 부모님은 시중받는 데 소질이 없었다.” 점점 심해지는 부모님의 병환으로 몸과 마음이 지쳐갔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부모님과의 이별도 준비해야만 했다.
이 작품은 감성적인 작품이 아니다. 매우 현실적인 입장에서 우리네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무조건적인 가족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바로 그 ‘사랑의 질’을 어떻게 높일 수 있는지 알려준다.
라즈는 부모님에게 노인 전문 변호사와 상담을 권유하고, 부모님의 상태가 많이 나빠지자 복지주택을 알아본다. 또한 24시간 간호인을 두고, 부모님의 유산으로 앞으로 얼마나 모실 수 있는지 계산한다. 그리고 도움받을 수 있는 곳은 없는지 자세히 검토했다. 그녀는 그 무거운 짐을 시스템을 통해 극복해 부모님을 쾌적하게 모시고, 자기 자신도 지키고자 했다. 진정한 의미의 ‘효’가 바로 이런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무거운 주제와는 다르게 등장인물의 독특하고 엉뚱한 성격과 소소한 일상은 깨알 같은 재미를 더해주며, 또한 라즈의 연출과 쿵짝이 맞아떨어지는 명품 번역과 깔끔한 편집은 작품의 풍미를 더욱 진하게 해준다. 재미와 유익한 정보, 그리고 가족의 사랑이란 감동까지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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