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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의 전쟁 연작

그래픽노블 <스위트 프랑세즈: 유월의 폭풍>
등록 2016-07-01 06:14 수정 2020-05-02 19:28

2015년, 프랑스 문화계는 아우슈비츠에서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이렌 네미로프스키의 미완성 소설 의 그래픽노블 출시와 영화화로 설레었다. 제1부 은 섬세한 심리 묘사가 뛰어난 에마뉘엘 모아노가 그래픽노블로 제작했으며, 제2부 (국내 출시명 )는 사울 딥 감독, 미셸 윌리엄스 주연으로 스크린에 올랐다.

그래픽노블 (이숲 펴냄)은 독일군의 파리 입성을 앞두고 피란을 떠나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흔히 상상하는 피란길 모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 여러 계층의 모습을 의도적으로 적나라하게 파헤쳤기 때문이다.

부자들은 재산을 챙겨 외국으로 도피할 계획부터 세우고, 서민들은 부자들에게 앙심을 품고 식량을 약탈한다. 혈기를 참지 못한 젊은이들은 저항군에 합류했다가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반면, 제일 먼저 도망친 기득권 계층은 평화협정이 체결되자 제일 먼저 돌아와 “무너진 과거 체제 위에 세워질 새로운 체제를 장악할 준비”를 한다. 사실적이고 음울한 모아노의 그림은 세상에 내재한 폭력성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이렌의 시선과 시너지를 일으켜 독자를 불안과 혼란으로 가득한 당시의 현장으로 인도한다.

는 프랑스인들에게 깊은 아픔과도 같은 존재다. 이렌은 촉망받는 작가였지만, 나치가 프랑스를 점령하자 유대인이란 이유로 책을 출판할 수 없게 된다. 그는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목격한 전쟁의 모습을 다섯 개 연작으로 남기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1942년, 이렌은 ‘프랑스 헌병’에게 체포돼 수용소에서 생을 마감한다.

이렌의 남편 미셸도 얼마 뒤 체포되지만, 체포 직전 아내의 원고를 큰딸 드니스에게 맡긴다. 13살 드니스는 한 손으로 엄마의 원고를 안고, 다른 한 손은 여동생 손을 잡고 도망 다녔다. 전쟁이 끝난 뒤에도 자매는 두려움과 슬픔으로 차마 원고를 꺼내볼 수 없었다. 이렌의 유작이 세상에 공개된 것은 결국 반세기나 지난 2004년, 예순일곱이 된 드니스는 온 가족이 다시 만날 날이 머지않았음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세상에 를 전했다.

이렌은 나머지 작품도 ‘투옥’ ‘전투’ ‘평화’로 대략적인 구상을 마친 상태였다. 만약 그것들이 완성될 수 있었더라면, 우리는 전쟁의 추악한 참모습을 더 명확히 직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렌의 글에는 그런 힘이 있기에. 나치는, 그리고 전쟁은 그들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서 앗아갔다.

이하규 해바라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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