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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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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대통령이 된다면

프랑스아 뒤르페르, 파리드 부제랄의 <여성 대통령>
등록 2016-05-01 04:29 수정 2020-05-03 04:28

2008년 3월3일. 여성 레지스탕스의 활약을 그린 홍보를 위해 뉴스 출연을 대기하고 있던 소피 마르소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방송국을 떠나버렸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대표 장마리 르펜이 시의원 후보 자격으로 정치 코너에 초대됐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는 평소에도 국민전선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그날은 더욱 유별났다. 그는 결코 ‘레지스탕스’와 ‘극우’가 한 방송에서 나란히 언급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1972년에 탄생한 국민전선은 이민자 배척, 인종차별, 유럽연합(EU) 탈퇴, 동성애·낙태 반대, 보호무역 강화, 강력한 사회통제와 같은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한다. 증오의 정치로 사회가 당면한 문제 해결을 ‘포기’하도록 권한다. 더욱이 르펜의 연이은 막말 파문은 국민전선을 더욱 혐오스럽게 만들었다. 재미있는 점은 프랑스인들은 이 극우 정당을 기성 정치권에 보내는 협박으로 활용해왔다는 것이다. ‘너네, 지금 그따위로 정치하면 얘들을 대통령 만들어버린다.’
그러나 최근 국민전선도 변하고 있다. 2011년 아버지 장마리 르펜의 뒤를 이어 마린 르펜이 대표가 된 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는 ‘탈악마화’를 선언하고 과거보다 유연한 주장으로 지지층을 넓히는 데 성공했다. 국민전선은 명실공히 프랑스 제3당으로 자리잡았다.

(NET 펴냄)은 미래형이다. 내년 프랑스 대선에서 마린 르펜이 당선했을 때 일어날 법한 결과를 보여준다. 실제 마린은 테러와 경제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사회당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과 불법 선거자금 의혹으로 법원에나 들락거리는 공화당 사르코지 전 대통령을 제치고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가상 시나리오라고는 하지만 여러 전문가의 참여와 디테일한 데이터로 이야기의 신빙성이 높다. 더욱이 국민전선의 역사를 비롯한 현재 프랑스 사회의 뜨거운 이슈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좋은 교양서가 되어준다. 테러방지법, 이민자 배척, 역사교육 문제는 한국의 과제이기도 하기에 그들의 갈등과 저항이 깊이 공감된다.

저자는 독자에게 경제와 안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해도 괜찮은 것이냐고 질문을 던진다. 극우라도 상관없느냐고 소리쳐 묻는다. 혁명의 ‘자유·평등·박애’와 극우에 저항한 ‘레지스탕스’를 포기하는 순간 프랑스는 고만고만한 나라가 될 것이며, 그 결과가 오히려 최악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가의 가치관’이란 역사와 국민이 만든 것으로 정치인들의 감언이설에 속아 팔아버려서는 안 된다는 호소가 마음에 울림으로 남는다.

이하규 해바라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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