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8월18일. 제국주의 국가들의 무분별한 확장으로 전쟁의 위기감이 고조되자 유럽 사회주의자들(제2인터내셔널)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모여 “가장 효율적인 수단을 이용하여 (자본주의자들의) 전쟁을 막는다”는 반전 결의안을 채택한다. 이는 1912년 스위스 바젤 대회에서 재확인된다. 하지만 막상 1914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사회주의자들은 맹약을 깨고 자국의 노동자들에게 전쟁터로 향해줄 것을 호소했다. ‘위급할 때는 조국의 편에 서야 한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독일의 사회주의 사상가이자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는 눈앞이 아득해졌다. 국경을 초월한 노동자의 연대로 끔찍한 전쟁을 막아보려던 그의 고된 노력이 수포가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동자 해방을 주장하는 사회주의가 오히려 그들을 불구덩이 속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결국 독일의 사회민주당과 결별하고 ‘스파르타쿠스단’을 조직해 급진적 혁명을 이어갔다.
(산처럼 펴냄)는 마르크스 이후 최고의 사회주의 사상가라 불리는 로자 룩셈부르크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시대적 사건을 바탕으로 로자의 철학과 인생을 씨실과 날실처럼 엮어, 어렵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는 20세기 초반 유럽 사회주의 세계를 쉽고 재미있게 엿볼 기회를 마련해준다. 또한 사회주의 사상의 핵심을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 입문서로도 추천할 만하다. 주석에는 관련 원문을 그대로 기재해 귀중한 자료를 한 아름 선물한다.결국 로자는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독일에서 ‘11월 혁명’이 일어나 제정을 무너뜨리고 공화국이 수립되지만, 사민당은 여전히 기득권과 야합하며 혁명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이에 로자와 스파르타쿠스단은 혁명 봉기를 일으키지만, 봉기는 불과 일주일 만에 진압되고 로자는 거리에서 끌려다니며 심한 욕설과 구타를 당하다 절명한다.
로자는 언제나 진짜배기 사회주의자였다. 그는 권력자와 협상ㆍ타협에 주력하는 사회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총파업을 통해 보통ㆍ평등 선거권을 쟁취할 것을 주장했다. 민족주의를 경계한 국제주의자였고, ‘러시아 혁명’ 이후 언론과 결사의 자유를 금지한 레닌의 공포정치에도 강하게 반대했다.
풍요를 약속한 자본주의 시장은 위기를 겪고 있고, 사회주의 역시 그렇다 할 대안을 보여주지 못하는 오늘날, 로자의 삶 ‘숭고한 목적을 잊지 않을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어디서부터 잘못 걸어온 것인지 문명의 발걸음을 돌아보게 한다.
이하규 해바라기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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