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이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별이 되었다. 그래, 결국 이런 날이 오고 말았어. 조상 대대로 해먹어왔기 때문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갑작스러운 지구의 영업 중단 선언으로 인류의 앞날은 막막하기만 했다. 인류는 생존을 위해 다방면으로 방안을 모색했다. 다행스럽게도 과학자들은 1만 광년 떨어진 곳에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인류는 거대한 방주를 만들어 보따리를 부랴부랴 싸들고 기나긴 여정에 나선다.
우리는 ‘우주 식민지’ 이야기에서 주로 미지 생물체의 공격이나 조난을 다룬다. 하지만 정작 재미있는 소재는 방주의 모습, 그중에서도 ‘건축’이 아닐까. 방주의 정치·경제·문화는 (비록 많이 변하겠지만) 지구의 모델이 뿌리가 될 수 있지만 건축은 다르다. 패러다임 자체가 변할 수밖에 없다. 제한된 면적으로 인해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극도로 요구되고, 또한 중력의 지배에서 벗어남으로써 더욱 자유로운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집 벽이 이웃집 바닥이 될 수 있고, 생활공간도 지금의 수평적인 질서보다 훨씬 복잡해질 것이다.
사실 건축은 태양이나 공기, 물만큼이나 인간의 삶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우리는 단 1초도 건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이 드는 순간까지 언제나 건물을 볼 수밖에 없다. 또한 건축은 우리의 행동과 동선을 규정하고 제한한다. 나와 잘 맞는 곳에서는 달콤한 휴식과 능률적인 업무가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에서는 목을 죄어오는 답답함을 느낀다. 그뿐만 아니라 건물은 문화를 만들고 거대한 도시를 형성하기도 한다. 건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픽셀하우스 펴냄)은 건축가이자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대학 교수인 히메네스 라이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건축의 이론과 사고를 10개의 에피소드로 쉽게 풀어낸 작품이다. ‘우주공간 노아의 방주’, 인간이 세울 수 있는 최대 높이인 성층권(12km)에 이른 ‘바벨탑’, 늘어나는 이민자로부터 고유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도시를 떼어내 바다로 떠난 엘리트들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각 에피소드는 독립적이지만 조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독자에게 끊임없이 건축에 대한 생각을 유도한다. 아울러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건축 도면과 차갑지만 자유분방한 선은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이 작품에서 저자는 지나치게 효율성이 강조된 공간은 인간을 메마르게 만들 것이라 경고한다. “직관적인 것에 대해 그렇게 객관적이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 건축에는 언제나 여러 제약과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 요구가 강요된다. 하지만 건축은 언제나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을 담는 그릇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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