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기묘한 세대 공감

[서정민의 뮤직박스 올드 & 뉴] 딥 퍼플의 <머신 헤드>
등록 2008-11-28 16:57 수정 2020-05-03 04:25
딥 퍼플의 <머신 헤드>

딥 퍼플의 <머신 헤드>

선배는 참 기묘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1969년생 아빠가 2000년생 아들과 함께 차 안에서 카오디오 볼륨을 빵빵하게 올리고 를 따라 부르는 광경이라…. 상상만으로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딥 퍼플의 최고 걸작 (1972)에 실린 이 곡은 특히 한국에서 인기가 좋았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기타 리프의 , “컴 온” 하는 추임새가 인상적인 등 앨범 속 쟁쟁한 곡들을 제치고 1970년대 고고장의 청춘남녀들을 사로잡았다. 한번은 예전 뮤직비디오를 전문으로 틀어주는 바에서 이 곡을 신청했더니, 일행들이 “록 스피릿”을 외치며 고속도로를 무한질주하는 스포츠카를 추월이라도 하려는 듯이 헤드뱅잉을 해댔다.

그런데 70년대에 청춘을 불사른 아버지와 70년대생 아들이라면 몰라도, 어떻게 그 선배와 ‘초딩’ 2학년 아들이 이 노래를 합창하는 게 가능했을까? 연결고리는 엉뚱하게도 닌텐도DS 게임기였다. 사연인즉, ‘도와줘! 리듬 히어로’라는 게임의 배경음악인 를 흥얼거리는 아들에게 선배는 즉시 CD를 찾아 들려줬고, 부자는 세대를 뛰어넘는 교감을 나눴다는 거다.

이 게임의 배경음악 리스트를 찾아보니, 와우, 엄청나다. 퀸의 , 빌리지 피플의 〈Y.M.C.A.〉, 시카고의 …. 2세가 세상에 나오면 이 게임을 사주기로 결심했다. 그 묘한 교감, 나도 한번 느껴보자.

서정민 기자 blog.hani.co.kr/westmin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