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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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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같은 변주

[서정민의 뮤직박스 올드 & ] 검정치마 첫 앨범 <201>
등록 2008-11-21 16:31 수정 2020-05-03 04:25
검정치마 첫 앨범 <201>

검정치마 첫 앨범 <201>

버락 오바마의 미 대통령 당선을 두고 지구촌이 들떠 있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오바마로부터 연상되는 가장 마음에 드는 이미지는 ‘코즈모폴리턴’이다. 케냐 출신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이슬람문화권인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끝내 미국의 지도자가 된 그에게 이보다 잘 어울리는 호칭이 또 있을까?

검정치마의 첫 앨범 을 처음 들었을 때 떠오른 이미지가 바로 그랬다. 어떤 곡에선 한국의 냄새를, 다른 곡에선 영미권의 냄새를, 또 다른 곡에선 중남미권의 냄새를 맡았다. 여러 국적이 혼합된 곡도 있다. 그렇다고 음악적 성격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아니다. 일관되게 중심을 잡으면서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변주. 내공이 깊다.

어디서 뭘 하다 이제 나왔는지 알아봤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조휴일이 2004년 뉴욕에서 3인조 펑크 밴드로 시작한 게 발단이다. 밴드가 공중분해된 뒤로는 조휴일 혼자 활동해왔다. 재작년 한국에 들어와 홍대 앞 클럽에서 잠시 공연을 하다 국내 앨범 발매를 결심했다. 다시 태평양을 건넌 그는 미 전역을 떠돌며 공연과 녹음을 했고, 그 결과물을 고국에 선사한 것이다.

이번 앨범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목 하나. 1절 내내 영어 가사가 흐르다 2절에서 갑자기 “씨발, 나 어떡해”라는 토속적인 가사가 튀어나온다. 양촌리 이장 아들 출신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얼마 전 터뜨린 유행어를 미리 예견이라도 했던 걸까?

서정민 기자 blog.hani.co.kr/west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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