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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라, 오빠라니

[서정민의 뮤직박스 올드 & ] 더블유 & 웨일의 <하드보일드>
등록 2008-10-09 17:36 수정 2020-05-03 04:25
더블유 & 웨일의 <하드보일드>

더블유 & 웨일의 <하드보일드>

“오빠라 불러도 되죠?” 딱히 친할 것도 없는 이가 통화 도중 불쑥 물었다. 당황해하며 멈칫하는데 그녀는 “오빠께서…” 하고 거침없이 용건을 이어나갔다(오해라도 할까봐 밝혀두는데 통화는 지극히 사무적인 것이었다). 오빠, 이 얼마 만에 들어보는 호칭인가. 어색하긴 해도, 기분 나쁘다면 거짓말일 테다. 오빠는 단순한 사전적 의미 이상의 호칭임이 틀림없다.

1990년대 를 히트시킨 코나의 리더 배영준. 그는 코나 해체 이후 한재원·김상훈과 ‘웨어 더 스토리 엔즈’(Where The Story Ends)라는 긴 이름의 그룹을 결성하고 (2001)을 발표했다. 실험적인 테크노 사운드에 마니아들은 열광했지만, 대중은 침묵했다. 이들이 빛을 본 건 그룹명을 더블유(W)로 간소화하고 2집 (2005)를 내면서부터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이 앨범을 난 주저 없이 명반으로 꼽는다.

이들이 3년 만에 새 앨범 로 돌아왔다. 이번엔 웨일이라는 여성 보컬과 함께다. ‘더블유 & 웨일’이란 프로젝트 밴드 형태다. 김상훈의 분위기 있는 비음을 못 듣게 된 건 아쉽지만, 를 흥얼거리는 웨일의 목소리도 꽤 매력적이다. 대중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듯 음악이 한결 편안해졌다. 동방신기 오빠들도 비슷한 시기에 컴백했지만, 내겐 평균연령 30대 중·후반의 이 오빠들이 훨씬 더 반갑다. 더불어 예쁜 고래 언니도 환영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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