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이 맛이야 이섭(50)을 얼마 전에 만났다. 2년여 만이었다. 혈관계 질환이 생겨 넉 달 동안 술 안 마시고 운동했단다. 그랬더니 많이 좋아져 나 만나기 일주일 전에 한잔했고, 그날도 나를 만났으니 술을 마시겠다고 했다. 위스키를 마시는데, 일본 만화에서 봤다며 널찍한 온더록 ...2010-09-09 17:01
“임수경이니까 임수경으로 살아”내게 1989년 여름은 유달리 더웠다. 그해 3월 한겨레신문사에 들어가, 경찰 수습기자로 여름을 나야 했기 때문이다. 경찰서에서 자고, 병원 응급실, 유치장 등을 돌아다니며 ‘기자질이 나한테 맞는 건가’ 의심하던, 가뜩이나 덥던 그 여름에 대학생 한 명이 온 나라를 뜨...2010-08-25 15:52
주인 찾아 헤매는 자전거 도둑 배영환(41)의 작품에선 술 냄새가 났다. 1990년대 후반부터 발표한 ‘유행가’ 연작은 ‘유행가’라는 제목부터가 맨 정신을 배척하는 것 같았다. 캔버스에 위장약, 두통약 따위 알약을 붙여서 ‘언젠간 가겠지, 푸르른 내 청춘, 지고 또 피는 꽃잎처럼…’ 으로 이어지는...2010-08-11 19:21
20년째 여전한 건 자유로 드라이브자유로가 언제 생겼더라? 자료를 뒤져보니 1992년에 통일전망대까지 닦였고, 1994년에 임진각까지 완공됐단다. 그러면 그 도로가 생기자마자인 1992년부터일 거다. 툭하면 자유로에 갔다. 그 도로를 달리다 보면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시야 가득 평원이 펼쳐진다. 시야...2010-07-27 21:39
영화는 술이다 내겐 영화배우 친구가 한 명 있다. 이따금씩 만나 술 한잔 한다. 배우가 친구로 있다는 게 든든하게 느껴진다. 판검사, 의사 친구보다도 더 그렇다. 이상한 일이다. 남들도 그럴까. 그럴 수 있을 거다. 요즘처럼 연예계가 세간의 관심과 부러움을 사는 마당에, 거기에 친...2010-07-14 15:24
곡절 많은 마이너 인생 주류, 또는 메이저 쪽과 이렇게 거리가 먼 이도 많지 않을 거다. 김조광수(46·청년필름 대표)는 1997년부터 영화를 제작해왔는데, 상당수가 예술영화로 취급받거나 저예산이었다. 때깔 좋은 상업영화를 안 하려고 했던 게 아니라, 하려고 했는데 잘되지 않았다. 그의 이...2010-06-30 21:15
그의 시사회엔 기자가 1명뿐이었다 얼마 전 서울 종로구 필운동에 있는 후배 집에 갔다가, 꼬불꼬불한 골목 모퉁이에 문을 열고 있는 비디오·DVD 대여점을 봤다. ‘비디오 대여점이 아직도 남아 있구나!’ 2년 전 한 영화의 DVD를 빌리기 위해 종로구 일대 대여점을 뒤진 적이 있다. 자주 가던 대여점 ...2010-06-15 22:10
문소리, 배우 같지 않아서 배우 같은 배우 술을 끊었다고 했다. 잘 가는 술집에서 마주친 게 열흘쯤 전이었는데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그날 이후로 안 마신다고 했다. ‘겨우 열흘 갖고 뭘…’ 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이를 가지려 한다는 것이었다. 작품 활동도 당분간은 쉬엄쉬엄 할 거...2010-06-03 16:15
그 책임감! 그 애사심!젊을 때 죽 해오던 일을 접고, 40~50대에 새 일을 시작하는 것. 내가 40대 후반이다 보니 이제껏 해온 일을 그만두는 이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주변에서 나온다. ‘인생 이모작’이란 말도 이와 비슷한 것일 텐데, 사는 게 말과 달라서 막상 ‘이모작’을 보란 듯 성공...2010-05-12 15:54
평화주의자는 어제가 내일20대에 40대의 자신의 모습을 예상해본 적이 있는지. 1980년대 초반 내가 대학 다닐 땐, 20~30년 뒤에 나나 내 친구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다. 그 독재 정권과는 같이 살 수 없을 것 같았고, 운동을 해야 한다는 당위감에 눌려 있었...2010-04-30 20:29
더러운 세상에도 반전은 있을 거다 영화판에 들어온 지 25년. 그의 삶은 잘 안 풀렸다. 영화판에 그쯤 있었으면, 지금은 잘 못 나가더라도, 오래도록 잘 못 나갔더라도, 잠시나마 한 번쯤 호시절이 있었을 법한데, 그는 안 그랬다. 그럼 글감이 안 된다고?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아니냐고? 영...2010-04-15 16:53
소설의 붙박이 가구 첫 회에 썼던 염기정의 카페 ‘소설’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빠지지 않고 들르는 이가 꽤 많다. 어쩌다 운때가 맞으면 한동안 단골끼리 가는 날마다 마주치기도 한다. 오래된 단골들이야 남들이 뭐라 하든 신경 쓰지 않지만, ‘넌 만날 술만 먹냐?’는 남의 비아냥에 익숙지...2010-04-01 11:45
오가는 곳 아닌 사는 곳으로도무지 기억이 안 났다. 내가 그 포장마차에 가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더라? 6~7년은 된 것 같은데…. 아! 포장마차 주인 ‘털보’가 어느 날 갑자기 젊고 예쁜 여자와 결혼해서 포장마차에 함께 나와 일했던 게 생각났다. 털보보다 12살 어린 띠동갑이라고 했는데, 그때부...2010-03-19 10:26
영원한 자취생 아직 결혼 못(안) 한 내가 남의 결혼식 사회를 본 일이 두 번 있다. 그중 하나가 허문영의 결혼식이었는데, 하객을 웃겨줄 요량으로 허문영의 과거 일화 하나를 들려주려고 멘트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막상 결혼식장에선 차마 그 일화를 말하지 못했다. 너무 하드코어였다고 ...2010-03-04 11:47
노련한 토론쟁이, 내 늙은 친구 1980년대 초반 대학 운동권 동아리엔 일종의 역차별적인 문화가 있었다. ‘시골’(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출신 학생들보다 서울 출신 학생들이 무시당했다고 할까. 좀더 정확히 말하면, ‘서울’ 대 ‘시골’의 문화적 차이가 쟁점으로 부각될 때마다 항상 시골 쪽이 헤...2010-02-09 1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