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소문이 나지는 않았지만, 2007년 인권·평화 단체들이 ‘맹세야 경례야 안녕’이라는 활동을 펼친 적이 있었다. 바로 ‘국기에 대한 경례·맹세’(이하 경례·맹세)를 비판하는 활동이었다. 2007년 정부가 경례·맹세에 관한 사항을 국기법 시행령에 넣어 법제화·의무화하려는 것에 반대하며 시작된 활동이었다. 학교 등지에서 이 문제를 겪는 당사자인 청소년들도 이 활동의 중요한 주체로 참여했다.
인권침해의 ‘풍습’
경례·맹세는 일상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풍습’이다. 한때는 오후 5시마다 집에서나 일터에서나 거리에서나 경례·맹세를 해야 했고, 그 풍습은 사라졌더라도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 이래 지금까지 경례·맹세는 학교나 각종 공공기관 행사 등에서 빠지지 않고 행해지고 있다. 그나마 맹세문의 표현이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하던 것에서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충성’하는 것으로 바뀐 것이 민주화 이후의 정권과 군사독재 정권의 차이였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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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요즘 애들’이 경례·맹세를 진지하게 하는 시늉도 않는다고 혀를 차지만, 만일 누군가 경례·맹세를 대놓고 거부한다면 그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현실과 마주쳐야 할 것이다. 종교적·사상적 이유로 경례·맹세를 거부한 학생들이 불이익을 받거나, 이용석 교사가 자신은 경례·맹세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당한 사건 등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근자에 가 통합진보당을 공격하는 데 경례·맹세 문제를 꺼내든 것처럼, 정당이나 사회단체 등이 공식 행사에서 경례·맹세 등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과 공격을 당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국가기관도 아닌데 도대체 왜 그런 걸로 욕을 하는지 나로선 이해하기 어려운 노릇이지만, 또 그런 논리가 먹혀드는 것이 우리 사회다.
경례·맹세를 의무화하며 강요하고, 이를 거부하면 처벌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다. 자신의 생각을 고백하도록 강요하고, 다르게 생각하는 것과 상관없이 따르고 경례하고 맹세하라고 하는 것이니 아주 완벽한 양심·사상의 자유 침해인 것이다. 이미 미국 등지에서는 이런 강요가 인권침해임을 사법부가 확인한 예가 있고, 일본에서도 수많은 교사들이 국기·국가법에 저항하고 불복종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일본 정부가 애국심 강화를 내세워 군국주의 부활과 인권침해를 자행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내 사랑의 조건
애당초 사람들의 주권에 의해 구성되고 그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감시받고 통제돼야 할 민주주의 국가가 자기를 존경하고 사랑하고 충성을 맹세하라고 하는 것부터가 좀 부적절한 일이다. 사랑이나 존경을 강제로 얻으려는 것은 폭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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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경례·맹세를 하지 않는다. 어쩌면 언젠가는 나도 내가 속한 국가,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의식에 별 거부감 없이 참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내가 애정을 표하는 국가나 공동체는, 적어도 사람들에게 존경이나 사랑, 경례나 맹세를 강요하지 않는 곳일 것이다. 자기를 사랑해달라고 강압적으로 나오는 그런 무례하고 폭력적인 녀석은, 전혀 내 타입이 아닌 걸 어쩌겠는가.
공현 청소년인권운동가*공현씨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병역법 위반)로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서울구치소에서 복역중이다. 그의 연재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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