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4월23일 레바논 남부 바이사리예에서 전날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은 레바논 언론인 아말 칼릴의 장례식에 참석한 추모객들이 오열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전쟁은 전쟁으로 가린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침공한 직후, 레바논도 침공당했다. ‘시아파 형제국’ 이란이 공격당하자 레바논의 무장정치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는 게 명분이었다. 가공할 폭력이 이어졌다.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미국의 중재로 열흘간 휴전하기로 합의한 다음 날인 4월17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신 상황보고서에서 “개전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레바논 주민은 적어도 2294명이 숨지고, 7544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휴전 뒤에도 이스라엘은 폭격을 멈추지 않았다. 4월18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민간인 거주단지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12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그날 와엘 사바그도 어머니와 동생을 잃었다. 사바그는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폭격당한 건물은 우리 가족이 1976년부터 살았던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 사람들이 왜 죽어야 했죠? 여긴 아무것도 없었어요. 50년 가까이 같은 건물에서 이웃으로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이 건물엔 군사적 목표물로 삼을 만한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레바논 전역에서 비통한 눈물이 그칠 줄 모른다. 모두가, 모두를 애도한다. 사바그는 방송에 “천행으로 간신히 살아남았거나, 무참히 가족을 잃은 비극적 사연이 없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휴전은 휴전이 아니다. 전쟁은 멈출 줄 모른다. 이스라엘군은 아예 레바논 남부에 눌러앉을 기세다. 레바논이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와 닮아간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929일째를 맞은 2026년 4월22일까지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7만2562명이 숨지고 17만232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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