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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세력에 제동 건 루마니아의 선택

등록 2025-05-23 18:22 수정 2025-05-25 11:34
2025년 5월19일 새벽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전날 치른 대선 결선투표 개표 결과 당선이 확정된 니쿠쇼르 단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5년 5월19일 새벽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전날 치른 대선 결선투표 개표 결과 당선이 확정된 니쿠쇼르 단 후보가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5년 5월18일 치른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예상 밖 결과가 나왔다. 1차 투표에서 극우파 후보에 20%포인트 밀렸던 개혁파 후보가 ‘뒤집기 한판승’을 거둔 게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의 보도를 종합하면, 수도 부쿠레슈티 시장인 개혁 성향의 니쿠쇼르 단 후보(무소속)는 결선투표에서 약 54%를 득표했다. 그는 5월4일 치른 1차 투표에서 21% 득표율로 2위를 기록해 결선에 올랐다. 반면 1차 투표에서 득표율 41%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던 극우파 루마니아단결동맹(AUR) 대표인 제오르제 시미온 후보는 결선에서 46%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1차 투표 때 53%에 그쳤던 투표율이 결선에선 1996년 이후 최고치인 65%까지 치솟은 게 컸다.

유럽 전역을 휩쓰는 ‘극우파 강풍’은 루마니아에서도 매서웠다. 애초 2024년 11월 치른 대선에선 보수 진영 후보의 난립 속에 극우파 컬린 제오르제스쿠 후보(무소속)가 약 23%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루마니아 헌법재판소가 “러시아가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있다”며 투표 자체를 무효화하고, 12월로 예정된 결선투표를 취소시켰다. 제오르제스쿠 쪽은 사건을 유럽인권재판소로 갖고 갔지만, 재판소가 2025년 1월 똑같은 결정을 내리면서 재투표를 치르게 됐다.

수학자 출신의 시민운동가로 정치적 입지를 다진 단 당선자는 반부패·친유럽을 기치로 내걸었다. 반면 시미온 후보는 ‘루마니아를 다시 위대하게’를 외쳤다. 당선 확정 직후 단 후보는 “루마니아가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은 모든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시미온 후보 쪽은 5월20일 “프랑스·몰도바 등 외부 세력이 선거에 개입해 결과를 뒤집었다. 헌재에 선거무효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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