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에 이어 최근에는 정상적인 나라라면 부끄러워할 수밖에 없는 비열한 방식의 도발까지 감행했다. 정부는 이러한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철통같은 대비태세를 유지하며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도발에 대응해나갈 것이다. (…) 평화는 굴종이 아니라 힘으로 지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4년 6월6일 열린 제69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끄럽고 비열한 도발’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를 일컫는다.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 효력을 6월4일 전부 정지시킨 게 ‘단호하고 압도적 대응’인 건가?
정부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이미 2023년 11월 말 9·19 군사합의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일시적 조처였던 걸 이번에 공식화했을 뿐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이전부터 9·19 군사합의를 ‘굴종’이라 비난했다.
9·19 군사합의는 군사적 긴장 고조와 우발적 무력 충돌을 막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남과 북은 △지상·해상·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적대행위 전면 중단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화 등에 합의했다. 딱히 새로울 건 없다. ‘비무장지대’란 완충지대를 설정한 정전협정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때늦은 다짐일 뿐이다. 9·19 군사합의 폐기는 정전협정을 위반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6월6일 대북전단 20만 장을 띄웠다. 앞서 이 단체가 5월10일 대북전단 30만 장을 날려보내자, 북한은 쓰레기와 오물 등 15t을 담은 각종 기구 3500여 개를 남쪽으로 보냈다. 북쪽은 대북전단 살포에 “백 배의 휴지와 오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은 ‘단호하고 압도적 대응’을 말했다. 나라가 조금 더 위험해졌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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