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10일 홍콩에서 구의원 선출을 위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2019년 11월 지방선거 때와 비교하면, ‘오늘의 홍콩’이 어떤 상황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홍콩방송>(RTHK)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석연찮은 이유(전산 시스템 오류)로 투표시간을 90분간 연장했음에도 이번 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27.54%를 기록했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치러진 구의회 선거 중 최저치다. 앞서 2019년 11월 지방선거 때 투표율은 역대 최고치인 71.23%를 기록했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송환법 반대 시위의 열기가 절정에 이른 2019년 11월24일 치른 지방선거에서 홍콩의 이른바 ‘범민주 진영’은 기존 118석이던 의석을 392석으로 대폭 늘렸다. 당시엔 전체 479석 가운데 452석이 직선제로 선출됐다. 반면 1997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압도적 다수파 지위를 놓치지 않았던 친중 ‘건제파’는 327석이던 의석이 60석으로 줄었다. 사상 초유의 ‘선거혁명’이었다.
지방선거 결과는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체제’란 중국의 홍콩 통치방식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해석됐다. 중국 지도부는 바삐 움직였다. 2020년 6월 말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발효됐다. 범민주파 활동가와 유력 정치인 47명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무더기 기소됐다. <빈과일보>를 비롯한 비판언론은 줄줄이 폐간됐다. 2021년 3월엔 이른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세워 선거법 개정이 이뤄졌다.
직선제 의석은 전체 470석 가운데 88석으로 대폭 줄었다. 빈자리는 홍콩 정부 수반인 행정장관이 지명(179명)하거나 선거구별로 친중파가 장악한 선거인단이 간선제(176명) 등으로 메우게 됐다. 후보자에게 사전 ‘애국심’ 심사를 해 범민주파 후보는 출마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의석 전부를 친중파가 장악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가 아는 홍콩’이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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