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8개국 국가인권기구가 참여하는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이 최근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특별심사를 염두에 둔 해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편향된 세계관·종교관과 인권옹호자 탄압 등 안창호 위원장,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과 관련한 사안이 대부분이다. GANHRI는 해명 내용을 본 뒤 특별심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제출 시한은 2024년 10월22일이다.
GANHRI는 회원국별로 5년마다 정기심사를 한 뒤 등급을 부여하는데, 정기심사와 별도로 ‘파리원칙’(국가인권기구 지위에 관한 원칙)을 준수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예외적으로 특별심사를 벌인다. 앞서 10월1일 204개 인권시민사회단체는 GANHRI에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를 요청했다. 2026년 정기심사를 기다릴 수 없을 만큼 인권위가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고 본 것이다.
최악의 결과는 ‘등급보류’ 판정이다. 인권 후진국의 멍에를 쓰는 셈이다. 2001년 출범 이후 에이(A) 등급을 유지하던 인권위는 현병철 위원장(2009~2015) 시절 등급보류 판정을 받았다가 천신만고 끝에 A 등급에 복귀했다. ‘국가차별기구’라고 비판받던 그때도 그나마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 등에 목소리를 냈다. 인권위 사람들은 “지금은 공안기구나 다름없다”고 자조한다.
인권위는 매주 열어야 하는 상임위원회 회의를 8월23일 이후 한 번도 열지 않고 있다. 덩달아 인권위의 정책 사안에 대한 심의·의결도 중단됐다. 안 위원장은 직전 전원위원회에서 “좌석 배치라든지 이런 것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김용원 위원은 상임위에서 “왜 사무총장이 내 앞에 앉아 있나?”라며 박진 사무총장의 퇴장을 요구하는 등 자리 배치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영화 ‘넘버3’에서 불사파 두목 조필(송강호)은 이렇게 말한다. “전 애들이랑 겸상 안 합니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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