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던 페루의 은퇴한 독재자 알베르토 후지모리(85)가 2023년 12월6일 돌연 석방됐다.
후지모리는 1938년 일본계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났다. 1980년대 말까지 국립농대 교수였던 그는 별다른 정치적 기반도 없이 뛰어든 1990년 대선에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등에 업고 깜짝 당선됐다. 그는 집권 초기인 1992년 군부를 앞세운 친위 쿠데타로 권력 기반을 다진 뒤 철권을 휘둘렀다. 하지만 3연임 직후인 2000년 들어 잇단 부패 스캔들로 탄핵 위험이 커지자, 그해 11월 순방을 핑계로 도착한 일본에서 의회에 사임서를 팩스로 보냈다.
한동안 잠잠하던 후지모리는 대선 재출마를 선언한 뒤 2005년 11월 이웃 나라 칠레에 도착했다. 칠레 당국은 그를 체포해 가택연금에 처했고, 2007년 9월 페루로 추방했다. 그는 1990년대 초 좌파 반군 소탕 작전 과정에서 민간인 25명을 납치·살해한 책임이 인정돼, 2009년 4월 징역 25년형에 처해졌다.
2016년 대선 때 ‘후지모리 석방 불가'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파블로 쿠친스키 대통령은 2017년 12월 후지모리에게 성탄절 특사령을 내렸다. 자신의 탄핵 위기를 벗고자 후지모리 쪽과 거래했을 것이란 비판이 비등했다. 이듬해 페루 대법원은 사면 결정을 뒤집었다. 우여곡절이 이어졌다.
아버지 집권 시절 ‘영부인' 노릇을 했던 게이코 후지모리는 그간 세 차례 대선에 출마해 석패했다. 2021년 대선에선 지지율 0.5%포잍느 차이로 교사 출신 페드로 카스티요에게 패했다. 카스티요 대통령은 의회의 집요한 탄핵 시도 끝에 집권 18개월 만인 2022년 12월 축출됐다. 페루 의회의 최대 파벌은 게이코와 남동생 겐지가 이끄는 ‘후지모리파’다. 석방된 후지모리는 게이코·겐지와 함께 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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