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선출된 불법 무도한 권력을 비판했다. ‘가짜뉴스’란 비난과 함께 파렴치한 혐의(탈세 등)로 줄줄이 기소됐다. 이야기 전개가 익숙한가? 어딘가에선 이제 시작인데, 저쪽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 다행이다.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필리핀 마닐라 법원은 2023년 9월12일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인터넷 매체 <래플러> 대표 마리아 레사(59)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오늘 사실이, 진실이, 정의가 이겼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레사는 대학을 마친 뒤 고국으로 돌아와 1980년대 중반 방송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필리핀이 20여 년에 걸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독재를 몰아낸 ‘피플파워’로 들끓던 때다. 이어 그는 시엔엔(CNN) 방송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지국장 시절인 1998년엔 수하르토 군사독재의 종말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탐사보도 전문매체 <래플러>를 창간한 것은 2012년이다. 이 매체가 전국적 명성을 얻은 계기는 2015년 한 지방 정치인의 인터뷰였다. 당시 “마약 관련자 3명을 현장에서 사살했다”고 밝힌 로드리고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은 이듬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래플러>는 두테르테 정권의 인권유린과 부패, 여론조작을 끈질기게 추적·보도했다. 대통령실 출입금지와 일시 폐간에 이어 탈세·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이 뒤따랐다. 레사는 “표현의 자유를 수호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와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레사의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2020년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은 그는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에서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두테르테의 후임은 페르디난드 ‘봉봉’ 마르코스, ‘피플파워’로 몰아낸 독재자의 아들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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