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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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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에 한국 기업 돈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아무리 고민해봐도 그 답은 하나
등록 2021-06-20 16:35 수정 2021-06-25 21:41
전은경 참여연대 활동가

전은경 참여연대 활동가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나고 4개월 넘게 흘렀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다치고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이 덜컹 내려앉습니다. 2021년 3월 민가에 들이닥친 군은 집에 시위대를 숨겼는지 추궁하다 아버지 품에 안겨 있던 어린 딸에게 총을 겨눴습니다. 총상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은 아이의 몸, 아이가 입고 있던 미키마우스 바지가 또 다른 선명함으로 남았습니다. 5월에는 미얀마 친주 민닷시에서 가족을 지키겠다며 자기 몸보다 큰 총을 멘 채 휘청거리며 산속을 걷는 10살밖에 안 된 소년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들 또래의 어린아이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참 많이 울었습니다.

미얀마석유가스공사와 가스전 사업을 하는 기업

미얀마 교사 다수가 쿠데타에 반대하며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면서 군이 선생님을 대신해 학생을 가르친다는 소식에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미얀마 학교가 군부 기지가 되고, 군부 쿠데타 장기화로 아이들은 배움의 기회를 잃었습니다. 국민통합정부(NUG)는 쿠데타 이후 시위 도중 어린이가 최소 73명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1년 봄, 미얀마 아이들은 저를 가장 가슴 아프게 합니다. 미얀마 시민이 군부에 끝까지 저항하는 이유이기도 할 거라 감히 짐작해봅니다. 우리 아이들이 군부독재 아래 살아가길 바라는 그 어떤 어른도 없을 테니까요.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시민사회단체모임에서 활동하면서 미얀마분들에게 많은 응원과 연대의 인사를 받았습니다. 특히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된 미얀마석유가스공사(MOGE)와 함께 가스전 사업을 하는 포스코와 한국가스공사가 군부와의 관계를 단절할 것을 촉구하는 1만 명 서명운동을 하면서 정말 많은 미얀마분이 “함께해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전했어요. 힘든 상황에서도 잊지 않고 따뜻한 인사의 말을 남긴 미얀마 시민께 정말 감사하고 저 역시 큰 힘이 됐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미얀마로 보내는 이 편지는 저, 그리고 함께하는 시민단체모임의 다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전쟁을 치르듯 시민을 무차별로 공격하는 미얀마 군부를 보며, 미얀마 시민에게 응원과 연대의 인사를 전하는 일 외에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아무리 고민해봐도 그 답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바로 미얀마 군부에 더는 자금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입니다. 그동안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미얀마 군부에 대해 국제사회가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고, 포스코를 포함한 전세계 기업들이 미얀마 군부 기업과 합작해서 이들의 배를 불려주었기에 오늘의 비극이 있습니다. 이제는 이 비극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포스코가 군부와의 오랜 유착관계를 단절하고, 쿠데타 세력의 공모자가 되지 않도록 계속 목소리 내는 일을 하겠습니다.

미얀마와 세계의 시민이여, 지치지 맙시다

우리가 주고받는 연대의 인사가 쿠데타 세력이 물러나고 미얀마에 정말 봄이 오는 그날까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미얀마에 있는 여러분도, 한국에 있는 저도, 그리고 미얀마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간절히 원하며 한마음으로 응원하는 전세계 시민도 지치지 말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전은경 참여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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