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2016~2018년 미얀마에 네 차례 갔습니다. 미얀마에 있는 한국 기업이 미얀마 주민의 인권을 침해하는지 조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하는 슈웨(SHWE) 가스개발 사업도 조사했고, 의류기업 공장도 방문해 노동자를 만났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가스 사업에는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한국가스공사(KOGAS)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가 통제하는 국영 석유가스회사(MOGE)와 합작한 사업입니다. 라카인 주민들은 이 기업의 가스개발 사업으로 토지를 빼앗기고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고 하소연했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주민을 위해 병원을 설립했다고 했지만 병원에는 의사도 없었습니다.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쿠데타 이후에도 군부에 막대한 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5월에 한국 시민 1만 명은 포스코에 요구했습니다. 시민을 학살하는 군부에 돈을 주지 말라고. 그러나 포스코는 여전히 군부의 핵심 자금줄인 기업에 배당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시민에게도 사과하지 않고 있습니다. 포스코와 마찬가지로 미얀마에서 가스 사업을 하는 프랑스 기업 토탈이 일부라도 군부의 합작법인에 배당금 지급을 중단하고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과도 비교됩니다.
미얀마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의류공장이 많습니다. 수많은 미얀마 여성노동자가 그곳에서 일합니다. 코로나19와 쿠데타로 많은 노동자가 공장에 나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설사 공장에 나가더라도 낮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을 견뎌야 하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이노(INNO)그룹은 양곤에서 군부와 함께 대규모 고급 아파트를 짓고 있기도 합니다.
2016년 미얀마에 갔을 때, 어떤 한국 공장은 최저임금조차 노동자에게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한국 공장에서 적어도 최저임금은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당수 한국 기업이 미얀마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만들면 해고하거나 괴롭힌다고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인 대다수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난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합니다. 하지만 많은 한국 시민은 한국 기업이 군부에 돈을 주는 건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는 것에 침묵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많은 미얀마 청년이 케이팝(K-Pop)과 드라마, 영화 등 한국 문화를 좋아합니다. 한국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고 싶어 하는 청년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얀마에 있는 한국 기업이 미얀마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는지 의문입니다. 모든 한국 기업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쿠데타 이후에도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는 기업은 정말 나쁜 기업입니다.
기업의 이익보다 사람의 생명을 먼저 보호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이 한국에서든 미얀마에서든 사람 생명을 위협하는 일에 함께하거나 눈감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한국 정부는 한국 기업으로 인해 미얀마 사람들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법과 제도를 만들 의무가 있습니다. 이것은 유엔 회원국에 부여된 책임입니다.
한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200일이 넘도록 계속해서 주한 중국대사관과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포스코를 비롯한 한국 기업에도 계속 항의하고 있습니다. 미얀마에 민주주의가 다시 찾아오더라도, 우리는 미얀마 노동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국 기업을 계속 감시하겠습니다. 한국 시민사회단체는 여러분과 함께 있겠습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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