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총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 2021년 2월1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기 전까지 저는 쇼핑센터의 정보통신(IT) 부서 책임자로 일했습니다. 저는 미얀마 군부가 독재 체제와 우민화 정책을 공고화하기 시작한 1989년에 태어나, 군부가 만든 전체주의 체제에서 평생을 자랐습니다.
군부 쿠데타 이틀 뒤인 2월3일 남부 도시 다웨이에서의 집회, 2월4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떼이자산 박사가 이끈 집회를 시작으로, 미얀마에서는 온 국민이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평화적 시위를 벌였습니다. 하지만 쿠데타 세력은 무력을 동원해 진압했고, 수도 네피도 집회에서는 19살 여성 먀뛔뛔카인이 총탄에 쓰러지며 첫 번째 희생자가 됐습니다. 그날 이후 현재까지 쿠데타 세력은 자국민에게 잔혹한 유혈 진압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응하시겠습니까?
저는 무력을 동원해 국민의 생명을 유린한 파렴치한 군부독재에 목숨을 바쳐 항거하기로 결심했습니다. 4월 초순 국경 쪽으로 가서 소수민족 무장단체에 합류해 군사훈련을 받았습니다. 이후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민족통합정부(NUG), 시민방위군(PDF) 순으로 혁명을 이끄는 주체가 변화하며 많은 시민이 점차 무장투쟁에 합류했습니다.
쿠데타 세력의 군인 대다수는 그저 임금을 받는 노예에 불과합니다. 시민방위군은 돈과 생계를 위해 무기를 든 게 아닙니다. 우리는 이전의 삶에서 누려온 일상, 가족과 개인의 삶, 사랑하는 사람들과 이별하고 투쟁을 선택했습니다. “우리가 잃을 것은 족쇄뿐이다”라는 경구처럼, 굳은 신념과 결의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싸울 각오를 다졌습니다. 우리 시민방위군은 이제 어떠한 역경과 희생도 이겨낼 준비가 됐습니다.
쿠데타 이후 8개월 동안 미얀마 국민이 겪은 탄압과 고초가 날로 심각해지는 현실은 이미 전세계가 알고 있습니다. 그사이 민족통합정부는 국민을 대표하는 정부로 떠올랐고, 이제는 국민이 지지하고 의지하는 정부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민족통합정부는 9월7일 쿠데타 세력에 대한 총력적 저항 전쟁 개시를 알리는 디데이(D-Day)를 선포하며 쿠데타 세력을 섬멸하기 위한 세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저는 시민방위군 대원이자 미얀마의 시민으로서 민족통합정부의 선포를 지지하고 환영합니다.
물론 디데이를 선언한다고 쿠데타 세력과 시민방위군 사이의 화력·군사력 격차가 바로 좁혀지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항전쟁을 공식 선포함으로써 시민방위군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명예와 드높은 사기를 지닌 채,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됐습니다. 민족통합정부의 선언이 나오자 곧바로 미얀마 전역의 시민방위군이 호응하며 전국 각지에서 교전이 벌어진 게 단적인 사례입니다. 혁명을 완수하는 날까지 쿠데타 세력을 소탕하기 위한 시민방위군의 행동은 계속될 것입니다. 쿠데타 세력과 추종 세력은 점차 궁지에 몰려 분열하다가 결국은 물거품처럼 사라지리라 믿습니다. 이 과정을 주도하고 전 국민이 동참할 수 있게끔 이끄는 민족통합정부의 결단과 방향성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민족통합정부, 시민방위군, 소수민족 무장단체(EAOs)는 국민을 대표하는 집단입니다. 이들 모두가 국민의 요구에 따라 탄생했고, 국민의 단결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혁명이 승리하면 이는 민족통합정부의 승리도, 시민방위군의 승리도, 소수민족 무장단체의 승리도 아닌 국민 모두의 승리가 될 것입니다.
미얀마의 현재 상황은 ‘군부독재 종식을 위한 혁명 과정에서 무참히 탄압받는 국민이 동나버린 선택지 중 마지막 카드인 무장투쟁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불가피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미얀마 민중을 이해와 연민으로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무장투쟁을 폭력적 행위로 바라보는 잣대가 아닌, 민주주의를 되찾는 과정에서 미얀마 민중이 겪을 아픔과 상처로 판단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국제사회가 미얀마 국민을 애정과 공감의 시선으로 바라봐주신다면 그보다 더 큰 격려와 위로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시민방위군 대원으로서, 미얀마 국민 모두가 간절히 염원하는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목표를 위해 한 목숨 기꺼이 바치겠노라는 결의를 밝히며 글을 맺습니다.
따웅지(가명) 미얀마 시민방위군(PDF) 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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