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저는 한국의 국제연대 활동가입니다.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이라는 단체에서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국가폭력을 고발하고 그에 맞서기 위해 국경을 넘은 연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는 한국 시민사회단체 106곳이 함께하는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모임’(미얀마 지지 시민모임)에서 활동합니다. 폭력과 차별이 끊임없이 행해지는 구조를 깨기 위해서 넓고 강한 연대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습니다.
지금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시민 학살은 우리가 속한 국가와 사회가 얼마나 많은 폭력으로 지탱되는지 알려줍니다. 한국 시민은 미얀마 시민과 연대하면서, 한국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가 어떻게 미얀마의 군부독재를 강화하고 시민 학살에 연루되는지 알게 됐습니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 건물 앞 집회에 참여한 한 재한미얀마인 청년은 “포스코가 (가스전 사업 컨소시엄을 통해) 군부에 주는 건 돈이 아니라 시민을 향한 총알”이라며 컨소시엄에 들어온 미얀마 군사정권에 수익 배분을 중단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나라와 유엔에서 미얀마 군부를 비난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선언이 반복되지만, 실제로 미얀마 군부의 폭력을 막는 조처를 하지 않습니다. 미얀마 시민과의 연대를 말했던 한국 정부는 미얀마 군부와 경제협력을 논합니다. 이것은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국가 이권과 기업 이윤이 중요하다는 신호를 주는 일이며, 국가의 정당성 자체를 훼손하는 일입니다.
한국은 기업 행위로 인한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는 법과 제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습니다. 투자 윤리 지침을 지키도록 하는 강제성이 미비하고 관련 법 제도가 허술합니다.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투자하는 포스코는 인권침해 책임에도 한국형 이에스지(ESG, 환경·사회·거버넌스) 지표인 K-ESG에서 최상위 등급을 받았습니다. 한국 시민사회와 국회의원이 한목소리로 미얀마 가스전 사업에 관련된 해외자원개발사업법의 개정을 요구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자유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원개발 기본계획 수립 때 국제기준을 준수할 것과 인권 실사(Due Diligence)를 의무화한 조항 등을 담은 법 개정안에 “동의가 곤란하다”고 합니다.
비록 정부와 기업은 낡고 폭력적인 관행을 답습하지만, 한국 시민은 우리의 정치 과제를 발견하고 새로운 원칙을 만들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 미얀마 군부에 수익금 배분을 중단하라고 요청하는 서명운동에 1만 명 넘는 한국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아무리 기업이 돈을 많이 벌고 국가가 경제성장을 해도, 국가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고 모든 시민이 보편적인 사회경제적 권리를 누릴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저는 미얀마 시민들의 항쟁에서, 우리가 함께 사는 이 끈질긴 폭력의 세계를 깨뜨릴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집니다. 아무리 강고한 탄압과 폭력도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우리 의지를 막을 수 없다고, 기어코 다른 세계는 만들어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미얀마 시민은 세계 각지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시민들의 빛입니다.
국적과 언어는 달라도 폭력과 차별을 깨고 평화와 공존의 세계, 희망의 세계로 나아가려는 우리의 뜻은 같고 우리는 동지입니다. 미얀마의 군부체제가 종식되고 평화와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그날까지 끝까지 미얀마 동지들과 함께하겠습니다.
이상현 ‘국가폭력에 저항하는 아시아 공동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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