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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중 저항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

등록 2021-10-27 14:00 수정 2021-10-28 00:52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Stand_with_Myanmar]
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거의 9개월이 지났다. 군부는 여전히 시민들에 대한 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9월에만 군경의 무차별 폭력으로 노인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99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10월18일까지 숨진 전체 시민은 1180명을 넘어섰다. 군부에 맞선 시민방위군(PDF)과 주민들의 무장투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민족통합정부(NUG)는 군사정권과의 전쟁을 선포한 9월7일부터 한 달 동안 미얀마군과 군정 관리, 군부 소유 기업들에 대한 공격으로 군부 쪽에서 1562명이 사망했다고 10월7일 주장했다.

미얀마 쿠데타 이래 한국 시민사회운동은 연대의 목소리를 이어오고 있다. 미얀마·중국·러시아 대사관 앞에선 쿠데타 직후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릴레이 1인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10월에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 성미산 마을극장 등 크고 작은 영화관에서 미얀마 독립영화 상영으로 현실을 환기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앞서 8월8일 서울, 부산, 울산, 광주 등 16개 도시에서는 ‘8888 공동행동’이 있었다. 미얀마 8888항쟁 33주년을 기념하고 지금의 민주화 항쟁을 지지하는 냄비 두드리기 퍼포먼스와 릴레이 집회가 열렸다.

많은 사람이 “한국인이 국외 문제에 이렇게 관심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는가” 묻는다. 비록 동아시아 반대편의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미얀마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문제라 여기고 뭐든 함께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미얀마 연대는 동아시아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경험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근 군부가 파견한 대표 대신 미얀마 민주세력이 결성한 민족통합정부의 대표를 유엔이 미얀마 대표로 잠정적으로 인정한 것,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군사정권의 “살인과 구금, 야간 습격, 고문” 등 범죄를 비난하면서 국제사회의 통일된 대응을 촉구한 사실 역시 미얀마 시민들의 굴하지 않는 저항 덕분이다. 역사적으로 유엔은 민주주의와 평등, 호혜의 원칙 대신 힘의 논리에 따른 잘못된 선택을 범한 사례가 적지 않다. 쿠데타 이후 유엔의 대응은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다행히 유엔은 아직 미얀마 시민들에게 훨씬 가까이 있다.

무엇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이 2021년 10월26~28일 열릴 예정인 회원국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의 최고 실세인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의 참석을 거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서 4월 미얀마 군부가 아세안 정상들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민주화운동을 막무가내로 짓밟는 것에 대한 공개적 제동이다. 당시 아세안과 미얀마 군부는 △즉각 폭력 중단 △정치범 석방 △인도적 지원 허용 △아세안 특사 임명 등 5가지 중재안에 합의했다. 국제연대를 통한 압박 때문인지, 10월18일 미얀마 군부는 교도소에 감금한 민주화 시위 참가 시민 5600여 명을 석방했다.

최근의 이런 변화는 미얀마 시민이 포기하지 않고 싸우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얀마인이 포기하지 않는 한, 한국 시민도 연대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미얀마 민중의 저항은 우리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 첫째, 몇몇 정치 우상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 불의에 대한 ‘시민 불복종’만이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가르쳐줬다. 둘째, 로힝야 학살 문제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통해 소수민족들이 함께하는 ‘민족통합정부’를 내세워야 군부독재에 맞선 공동전선이 성립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셋째, 망각에 맞선 기억의 싸움을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장기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이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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