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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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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정의가 우리의 평화입니다

등록 2021-11-17 10:13 수정 2021-11-18 00:39
김민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사무국장

김민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사무국장

[#Stand_with_Myanmar]
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2021년 2월 쿠데타 이후 10개월, 수많은 이의 피와 땀으로 얼룩진 미얀마 민주화의 길을 돌아봅니다. 어린이부터 청년, 노인까지 군부는 잔혹한 학살의 총성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백 명이 희생됐고 수천 명이 구금됐습니다. 수만 명이 정처 없이 국경지대를 떠돌고 있습니다. 미얀마의 자유와 민주를 갈망하는 젊은이들이 오늘도 우리 곁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시아 민주주의 위기는 오랜 식민 잔재와 역사적 트라우마, 그리고 국가안보를 내세운 독재 이데올로기,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고 지나온 세월의 다각적 층위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식민지배에서 해방된 이후 아시아 공동체는 그 잔재를 청산하기도 전에 냉전의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시아의 민주화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군부 폭압은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합법적으로 탄생한 민간정권이 군부통치로 회귀하거나 경찰과 군 엘리트, 자본가들이 결탁해 권위주의 독재를 재현하는 국가들이 다시 출현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인도네시아, 타이, 캄보디아, 스리랑카, 홍콩, 필리핀 등 많은 아시아 국가가 이런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이는 비단 미얀마만의 일이 아니라 한반도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모든 아시아 민중이 겪어온 수난이기도 합니다.

3월, 아시아의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 뜻을 함께하는 그리스도인들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기독교행동’을 결성했습니다. 매주 목요일 미얀마대사관 무관부 앞에서 목요기도회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민주화 여정에 함께해온 오랜 아시아의 친구들, 그리고 현지 종교시민사회 네트워크와 긴밀히 소통하며 미얀마 시민 긴급 지원기금을 마련하는 일에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8월엔 한국의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기독교행동(16개 단체), 아시아와 미주 지역 에큐메니컬(교회 일치 운동) 파트너들이 협력해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아시아 에큐메니컬 플랫폼을 발족했습니다. 한국을 넘어 더 확장된 형태의 연대 네트워크를 통해 일상적으로 소통하며 현지 소식을 아시아 각 지역 파트너들에게 전달하고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미얀마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한국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각 영역에서 요구되는 연대행동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의 군부 지원 중단 촉구,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법적 대응과 국회 접촉 등- 에 동행하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불교행동을 비롯한 이웃 종단들과 함께 다양한 경로를 통해 미얀마의 정의를 세우는 길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민주주의와 평화를 이루는 여정에는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없습니다. 그저 인간의 존엄함 앞에 맞잡은 두 손과 결의가 있을 뿐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연대라고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것을 그리스도의 사랑과 우정을 나누는 길이라고 고백할 수 있습니다. 고난의 현장 한가운데서, 갈라지고 상처 난 아시아 땅에서 탄식하는 이웃들의 얼굴이 곧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 역사 속에서, 그리고 아시아 민주화의 역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얀마의 정의가 곧 우리의 평화입니다. 지금 미얀마 친구들에게는 우리의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가 절실합니다.

1948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세상에 화해와 치유를 선포하고 분열된 교회의 일치를 위해 탄생한 세계교회협의회(World Council of Churchs) 창립총회 폐막 메시지를 되새깁니다.

“교회는 목소리 없는 이들의 목소리가 되고, 집을 잃은 이들의 집이 되어야 한다.”

자유와 민주를 향한 미얀마 시민들의 발걸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이 여정에 한국의 그리스도인들과 전세계 에큐메니컬 공동체가 계속 함께하겠습니다. 연대와 평화의 인사를 보냅니다.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김민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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