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습니다. 군부에 의한 쿠데타는 가장 비열한 짓입니다. 무기 없는 사람에게 총칼을 휘두르는 것처럼 비열한 짓이 있을까요? 영화에서 보곤 합니다. 맨주먹으로 맞서는 이에게 무기를 휘두르는 비겁자들 말입니다. 때론 사람들이 무릎을 꿇기도 합니다. 악당이 으스댑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움츠러드는 건 악당이 강해서가 아니라 무기 때문일 뿐이지요.
무기라는 건, 자신과 약자를 보호하는 데 쓰일 때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 군인이 사용하는 대량살상용 무기는 국민을 보호해달라고 국민이 쥐여준 것입니다. 그런 무기를 자국민을 향해 휘두르는 건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행위지요.
하긴 미얀마 군부가 비열한 짓을 저지른 건 올해가 처음이 아니죠. 1962년 총칼로 권력을 빼앗은 군부는 1988년 불의에 맞서 청년들이 일어서자 무기 뒤에 숨어서 총을 쏘고, 칼로 찔렀습니다. 시민은 움츠러들었습니다. 악당이 강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무기를 갖고 있었기에. 어린아이던 이들이 청년이 되어 2007년 다시 일어섰습니다. 이때도 군부가 비열하긴 마찬가지였지요.
2015년에야 군부가 정치의 전면에서 물러났습니다. 물론 뒤로 한발 물러났을 뿐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지요. 그래도 미얀마에 문민정부가 들어선 모습을 보며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길 바랐습니다. 전세계인이 한마음으로 바랐습니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도 전에 군부가 또다시 총칼을 들이밀고 정치에 난입했습니다. 이번엔 MZ세대(1980~2000년대생)가 주축이 되어 맞서 일어났습니다. “미얀마에 민주주의를!” “군사정권 물러나라!” 청년들은 말과 글로 소리치는데 군부는 무기 뒤에 숨어서 총을 쏘고, 칼로 찌르고, 몽둥이로 내리치고, 박격포까지 쏘아댑니다. 이들은 얼마나 더 비열해지고 싶은 걸까요?
정녕 정치하고 싶은 군인이 있다면, 군복을 벗고 무기를 내려놓고 말과 글로써 ‘정정당당’하게 다퉈야 합니다. 정정당당이야말로 군인이 가져야 할 정신입니다. 정정당당을 버리고 정치판에 군복 입고 들어가 총알을 드르륵 갈겨대는 건 군인이 아니라, 그냥 깡패죠.
세상엔 무기 뒤에 숨어서 비열한 짓을 일삼는 깡패들이 종종 있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군인들이 있었습니다. 총칼 뒤에 숨어서 국민을 위협하던 비겁자들. 그들이 어떻게 됐냐고요? 한 사람은 ‘더 이상 국민을 죽이는 걸 방관할 수 없다’고 결단을 내린 측근의 총에 맞아 죽었고, 뒤이어 등장한 비겁자들은 한동안 떵떵거리다가 감방에 갇힌 신세가 되었습니다. 물론 풀려나긴 했지만 한국인들은 이제 그들을 사람 취급도 안 합니다. 그게 비겁을 일삼던 군인깡패의 말로입니다.
한국에서 첫 쿠데타가 일어난 건 1961년으로 미얀마와 비슷합니다. 갖은 희생과 노력 끝에 1993년 문민정부가 들어섰고, 더 이상 군인이 정치에 발붙일 수 없는 국가가 됐습니다. 32년이 걸렸지요. 식민지 강점부터 해방 이후 한국과 미얀마의 역사는 유사합니다. 몇 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 쌍둥이 같지요.
나는 믿습니다, 미얀마의 군인깡패도 한국의 비겁자와 다르지 않은 말로에 이를 것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청년이 될 아이들이 태어나고, 청년이 존재하는 한 역사의 강은 반드시 민주주의의 바다에 닿기 때문이지요. 그때까지 당신이 내민 손을 절대 놓지 않겠습니다.
노동효 <남미 히피 로드> 저자·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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