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위기를 맞았던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이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베를린시 미테구는 10월13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 철거를 강행하지 않겠다”며, 관련 토론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현지 시민단체 코리아협의회는 9월28일 미테구의 허가를 얻어 도심 거리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상징 소녀상을 설치했다. 그러나 미테구는 10월7일 코리아협의회에 소녀상을 10월14일까지 철거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미테구는 공문에서 “미테구엔 100여 개 국가 출신 사람들이 산다”며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갈등에서 한쪽 편을 들어 단합성을 해쳐선 안 된다”고 철거 명령의 이유를 밝혔다. 미테구는 ‘2차 대전 당시 일본군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들을 성노예로 데려갔다’는 비문 내용이 사전에 공지되지 않았다는 점도 들었다. 애초 미테구가 승인한 소녀상 설치 기간은 1년이다.
미테구가 소녀상 철거를 명령한 배경엔 일본 정부의 요청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광빈 <연합뉴스> 특파원은 10월12일 칼럼에서 “독일은 민족주의, 국가주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며 “일본은 독일에서 집요한 로비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한-일 간의 외교적 분쟁, 민족주의 문제로 몰아왔다”고 짚었다. 코리아협의회는 같은 날 철거 명령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 온라인 청원과 릴레이 시위도 이어졌다.
철거 시한을 하루 남기고 미테구가 ‘보류’로 태도를 바꾼 데는, 시민사회가 펼친 두 가지 논리가 주효했다. 소녀상 철거 명령이 전쟁범죄 피해 여성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논리가 첫째, 소녀상이 상징하는 가치가 반일민족주의가 아닌 반성폭력이라는 논리가 둘째였다. 한국 교민들뿐 아니라 녹색당과 사회민주당 등 현지 정당들도 이런 논리를 들어 미테구를 비판했다.
정인선 블록체인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관심분야 - 기술, 인간,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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