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자면, 금상첨화와는 거리가 멀겠다. 찬 서리 위에 또 서리가 내렸으니, 엎친 데 덮쳤다고 할 수 있겠다. 주변에 물어 ‘전호후랑’(前虎後狼) 같은 사자성어 찾으셔도 좋겠다. 국립국어원 누리집을 뒤져보니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으려니까 뒷문으로 이리가 들어온다는 뜻으로, 재앙이 끊일 사이 없이 닥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란다. 비슷한 말로 ‘병상첨병’(病床添病)도 있다. “앓는 중에 또 다른 병이 생겼다.” 요즘 미 공화당, 그야말로 병상첨병하시다.
“우리 그런 사람 아니야~!”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뒤 공화당전국위원회(RNC)에서 옷과 액세서리 비용으로 15만달러, 10월24일 환율로 2164만5천원에 이르는 돈을 지원받으셨다는 세라 페일린 여사께서 일갈하시었다. 이분, 10월23일치 과 한 단독 인터뷰에서 “국민들께서 (우리 가족이) 얼마나 검소하게 살아왔는지를 아시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겠냐”고 하소연하셨단다.
보도 내용도 일부 부인하셨다. 걸치고 다닌 옷과 액세서리, 공화당전국위가 그분께 사준 게 아니란다. 나중에 돌려줄 거라고, 해서 경매에 부쳐 팔아 이익금을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인즉, ‘협찬’을 받으셨다는 얘기다. 이에 화답하듯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께서도 한 말씀 보태셨단다. 인터넷 매체 는 매케인 후보의 말을 따 이렇게 전했다. “그녀에겐 옷이 필요해~!”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 계산기 두드려보셨다. 인터넷 매체 가 10월23일 ‘셈법’의 일부를 공개했다. 10월13일부터 19일까지 매케인 후보 쪽이 뉴햄프셔주에서 텔레비전 선거광고에 쓰신 돈은 12만5천달러다. 웨스트버지니아에선 9만달러를, 메인주에선 8만6천달러를 각각 쓰셨다. 이 3개 주에서 매케인 후보,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에 상당히 밀리고 계신다.
조지 부시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을 모르고 있다. 오바마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는 이미 두 자릿수다. 한때 ‘반짝’했던 페일린 후보 인기도 잇단 말실수로 곤두박질을 계속하고 있다. 선거는 코앞이다. 오사마 빈라덴도 이번엔 ‘우정출연’을 안 할 모양이다. 경제는 살아날 조짐이 없는 터다. 그런데 15만달러를 옷값으로 썼다니…. 설상가상, 전호후랑, 병상첨병할밖에.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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