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입업자는 생산위생 강조하는데 한국인들은 가격에만 신경쓴다”
▣ 상하이=우수근 전문위원 woosukeun@hanmail.net
중국은 유해음식의 나라다. 불량 성분을 혼합한 분유를 마신 영유아들이 죽는 사고도 있었고, 메틸알코올로 제조된 술을 마신 사람들이 집단 사망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중국산 음식에 대한 한국인의 불신이 깊다. 실제로 한국 또한 중국산 유해식품의 피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그간 한국에 수입된 중국 식품이 문제가 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표백 찐쌀, 농약 인삼, 중금속 고추, 탄저균 양념, 발암물질 뱀장어 등이 무역 마찰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김치가 소용돌이의 한가운데에 섰다. 중국에서 제조해 한국으로 들여오는 김치에 각종 이물질과 기생충 알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한국의 반응은 경악 그 자체였다. 중국발 먹을거리에 대한 불신에 ‘김치 너마저’가 더해졌으니 그 충격과 분노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한국 매스컴의 보도 자세는 문제가 있었다.
한국의 언론 보도는 기생충알이 나왔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중국에 대한 불신감만을 조장하는 데 바빴다. 좀더 자극적으로 ‘폭로’해보겠다는 식이었다. 어떠한 곳에서 어떠한 경위로 생산된 제품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사실 보도도, 얼마만큼 위험한지, 또 그 생산시설은 누구의 소유이며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전체 가운데 어느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는지 등에 대한 진실을 알리려는 열의도 없었다. 사안이 ‘국제적’임을 고려한다면 더더욱 의연하고 신중하게 그 파급 효과와 대처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전해주는 혜찰이 필요했는데도 말이다.
이번 파동을 바라보는 중국인들은 담담했다. 중국 언론은 일단 사태를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한-중 양국의 보도 태도를 지켜본 조선족 김성화 교수는 “한국 쪽의 보도에 형평성이 결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재중 무역인 이종일씨는 “정작 비난받아야 마땅한 것은 한국 상인들의 저급한 장사꾼 습성”이라고 말했다. 사실 한국에 수출되는 중국산 김치는 대부분 한국인이 설립하고 운영하는 공장에서 나왔다. 이종일씨는 “중국 땅에서 똑같은 중국인들과 똑같은 시설로 생산하는 중국산 일본행 김치는 왜 별다른 문제가 없냐”고 말했다. 한국과 같은 이유로 중국에 식품 공장을 많이 지은 일본의 경우는 어떤가. 중국산 일본 수출 음식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말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일본인들은 수입할 농산물의 재배에서부터 일본으로의 선적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면밀하게 검사한다. 실제로 김치 파동이 한창일 때 중국 TV는 중국 내 김치 생산시설 종사자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내보낸 바 있다. 그들은 “일본의 김치 수입업자는 생산위생과 식품안전을 강조하고, 한국인들은 가격에만 신경쓴다. 그러다 보니 생산자들은 자연히 일본으로 가는 김치에 더 신경쓸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이윤을 남기려면 일본인들의 까다로운 주문과 일본의 검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중국 김치 파동의 주인공이 된 문제의 김치는 한국인들의 작품이다.
이번 파동으로 중국 당국은 김치 제조업체가 생산시설의 위생을 강화하지 않는 한 생산 허가를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려해서라기보다는 실리적 이익에서 취해진 것 같다. 자금이 모자라 도산하게 될 한국 업체를 중국 기업이 인수, 중국 자본이 세계적인 먹을거리 김치산업에 진출하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우려 섞인 소리도 들린다. 결국 “중국산 김치 비위생적”이라는 한국 언론의 ‘당당한’ 보도에서 촉발된 양국의 무역 분쟁은 한국 김치산업의 위기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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