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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지방선거, 노동당의 몰락

등록 2007-03-09 00:00 수정 2020-05-03 04:24

2004년 최대 정당이었으나 득표율·의석 수 6위… 탄핵된 팍사스 대통령은 부활

▣ 빌뉴스= 최대석 전문위원 ds@esperanto.lt

북동유럽 발트해에 접해 있는 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 중 하나다. 프랑스 국립지리연구소가 1989년에 발표한 자료를 보면, 유럽 대륙의 지리적 중심은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북쪽으로 20km 지점에 있다.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뒤 처음으로 지난 2월25일 리투아니아에서 지방선거가 실시됐다. 전국 60개 선거구에서 총 1550석을 뽑는 이번 선거에는 27개 정당이 참가했다. 유권자 270만여 명 가운데 투표에 참여한 이들은 전체의 36.5%였다. 지난 2002년 지방선거 투표율에 비해 약 1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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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드류스 쿠빌류스가 이끄는 보수당인 조국연합이 가장 많은 득표를 했다. 2위는 전 국무총리 브라자우스카스가 이끄는 사회민주당, 3위는 탄핵된 대통령 롤란다스 팍사스의 질서정의당, 4위는 빌뉴스 시장 아르투라스 주오카스의 자유중도연합이 각각 차지했다. 하지만 의석 수로는 302석을 차지한 사회민주당이 1위, 256석을 차지한 조국연합이 2위, 182석을 차지한 자유중도연합이 3위, 181석을 차지한 질서정의당이 4위를 했다. 해당 선거구에서 4% 이상의 지지를 받은 정당만이 의석을 배분받는 지방선거법 규정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선 20개 정당이 의석을 배분받았다.

투표 방식을 소개하면, 유권자는 먼저 정당 하나를 선택하고, 그 정당의 다수 후보자 중 선호하는 순서에 따라 5명을 기재한다. 의석 수를 배분받을 수 있는 정당은 다득표 후보자 순서로 의회 진출자를 가린다. 또 해당 지방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이나 연합 정당이 자치단체의 장을 선출한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2004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다 의석을 차지한 노동당의 몰락이다. 노동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국 득표율과 의석 수에서 각각 6위를 했다. 지난 2003년 가을 좌파 성향의 노동당을 창립하고 총재를 맡았던 러시아 출신 사업가 빅토르 우스파스키흐는 탈세 등의 혐의를 받자 장례식 참석을 핑게로 지난해 5월 러시아로 간 뒤 귀국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뒤 면책특권을 활용해 화려한 귀국을 꾀하려 했으나 이제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팍사스 롤란다스의 부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04년 대통령 선서 위반, 국가기밀 누설, 권력 남용 등으로 대통령직에서 탄핵된 그는 질서정의당을 이끌고 전국 득표율 3위, 의석 수 4위를 차지했다. 더욱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선 그의 정당이 최고 득표율과 가장 많은 의석 수를 얻었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이변은 빌뉴스에서 일어났다. 총 51석 중 14석을 차지해 최다 의석을 확보한 질서정의당도 과반수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조국연합 10석, 자유중도연합 9석, 사회민주당 6석, 폴란드선거운동 6석, 자유운동 4석, 러시아연합 2석으로 배분되어 적어도 서너 개 정당이 연합해야 겨우 과반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정당들이 서로 정치적 앙숙 관계라 연정을 위한 합의를 이루기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럴수록 최종합의 도출이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리투아니아 지방선거엔 정당이 아주 중요하다. 무소속으로는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리투아니아 현행 선거법은 오직 등록된 정당만이 지방선거 후보자를 등록시킬 수 있다. 이에 근거해 리투아니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에서 몇몇 개인과 비정치단체의 후보 등록을 거부했다. 이에 불복한 한 출마 예정자가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2월9일 리투아니아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보장된 정당 결합 자유권은 정당에 가입할 권리, 정당 활동에 참가할 권리뿐만 아니라 어떠한 정당에도 가입하지 않을 권리와 탈당할 권리까지도 포함한다”며, 무소속 후보들의 지방선거 출마 금지는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재판소는 “(임박한) 선거를 취소하거나 연기한다면 유권자나 지방정부의 안정과 행정체제에 대한 피해가 클 것”이라는 이유로 이번 선거를 기존 법에 따라 실시하도록 했다. 리투아니아에서 무소속 후보가 없는 마지막 선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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